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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렸어, 안고 싶었어”…교총회장, 부적절한 편지에 사퇴론 확산

신하영 기자I 2024.06.26 12:59:37

제자에게 보낸 편지엔 “당신의 향기, 사랑하고 또 사랑해”
“회원으로서 부끄럽다”…한국교총 위기론으로 사태 악화
교총회원 게시판엔 닷새 만에 사퇴 요구 글 110건 ‘봇물’
정치권에서도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박 회장 사퇴 촉구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회장이 제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사퇴론이 확산하고 있다.

박정현 교총 회장(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6일 교총 회원 게시판에는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박 회장의 과거 부적절한 처신이 회장 당선 후 처음 보도된 시점은 지난 22일. 이후 이날까지 5일간 올라온 사퇴 요구 글만 110건을 넘는다.

특히 박 회장이 2013년 제자인 고3 여학생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교총회원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회원 1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 위기론’으로 사태가 악화하는 모양새다.

편지 내용을 접한 교사들은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편지 내용은 오늘 알게 됐는데 충격을 받았다”라며 “교사 개인으로서도 부적절하며 교원단체의 수장으로서는 더더욱 부적절하다. 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했다.

박 회장은 지난 22일 한차례 입장문을 낸 뒤 추가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입장문에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같은 부적절한 처신을 제자에게 한 일은 결코 없다”며 “저의 부족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이 부분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교권 보호와 교총, 그리고 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교총에서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교총 관계자는 “도저히 보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스스로 거취 표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일 교총 제39대 회장으로 당선돼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회장 선거에서 박 회장은 38.08%를 득표, 조대연 후보(32.11%)와 손덕제 후보(29.81%)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 회장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인천 관교여중·인천국제고·만수북중에서 근무했으며, 인천국제고 재직 당시인 2013년에 견책 징계를 받았다.

박 회장이 여제자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서는 “점호가 진행되는 동안 당신이 늘 오는 시간에 엄청 떨렸어”라며 “주변에 있는 다른 애들이 전부 소거된 채 당신만 보이더라.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어”, “사랑하고 또 사랑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깊이 사랑합니다”, “차에 떨어지는 빗소리, 당신의 향기”, “당신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있어요” 등 교사가 제자에게 보낸 것으로는 믿기 힘든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회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성비위 의혹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며 “이는 77년 전통의 교총 수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는 “박 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견책 징계를 받은 것인지가 교총 선거기간 중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라며 “차후 교총 선거제도의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5일 박정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교총 회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사진=교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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