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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로 비밀번호 해제"..경찰 내부조력자 가능성 수사

이승현 기자I 2016.04.06 12:18:51

체력단련장 탈의실서 신분증 훔쳐서 5차례 침입
"이전엔 시험지 훔치려 했다" 진술 확보
"대학 졸업 앞두고 2~3년간 시험준비에 지쳐 범행"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경찰이 20대 공무원시험 응시생의 정부서울청사 무단침입 및 공무원시험 성적조작 사건에 대해 내부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같이 전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상태다.

앞서 경찰은 ‘2016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에 응시한 대학생 송모(26)씨를 현주건조물 침입 및 공전자기록등변작 혐의로 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5분쯤 서울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7급시험 담당자의 컴퓨터에 접속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제주도의 거주지에서 송씨를 긴급체포한 뒤 서울청사 및 인사처 사무실 무단침입 경위와 컴퓨터 저장문서 조작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진술에 따르면 송씨는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포착된다.

경찰은 거주지에서 압수한 송씨의 노트북에 리눅스 운영체제와 다수의 컴퓨터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이 저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송씨는 경찰조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확보, 비밀번호를 해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실제로 이 프로그램으로 공무원 컴퓨터의 비밀번호 해제가 가능한지 사이버 전문가를 불러 직접 시연할 예정이다.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담은 한글파일에 잠금장치 설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송씨는 이와 함께 서울청사 1층 체력단련장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쳐 사건 당일 이전에도 5차례에 걸쳐 서울청사에 침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송씨가 훔친 신분증 3장을 모두 압수했다. 송씨는 또한 이번 사건 이전에 공무원 시험지를 훔치기 위한 시도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다만 송씨가 인사처 사무실의 잠금장치을 해제하고 침입한 경위에 대해선 진술이 있었지만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송씨가 인사처의 위치와 시험담당자 컴퓨터를 어떻게 파악했는 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서울청사 내 폐쇄회로(CC)TV 확인 등을 바탕으로 송씨 진술의 진위여부를 따지고 있다.

송씨는 범행이유에 대해 “대학 졸업예정자로서 2~3년간 집중적으로 시험을 준비했다”며 “많이 지친 상태”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은 각 지역 학교장 추천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한 공무원 채용제도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 모대학 학생인 송씨는 전과가 없으며 이전에 정신과 진료경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정부서울청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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