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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회사 아닙니다"…中 기업들, '국적세탁' 노력

박종화 기자I 2023.06.16 16:16:35

쉬인·테무 등 잇달아 중국 밖 본사 이전
규제·불신 피하고자 공급망 재편하기도
''중국 색채'' 빼도 美 정치권선 의심 눈초리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 기업들이 핵심시설, 나아가 아예 본사까지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란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계 온라인쇼핑몰 쉬인은 싱가포르로의 본사 이전을 앞두고 최근 중국 난징에 있던 원래 법인의 등록을 말소했다. 또 다른 중국계 온라인쇼핑몰 테무는 애초부터 본사를 미국 보스턴에 설립했다. 지난달엔 모회사인 핀둬둬도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본사를 옮기지 않더라도 핵심시설이나 설비를 중국 밖에 구축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은 미국 이용자의 데이터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에만 보관할 것이며 이는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도 접근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틱톡이 이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한다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다.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진코솔라는 미국 시장에선 중국산 부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품만 판매한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를 피하기 위한 대응이다.

미국 공급망 분석회사 앨타나는 2016년 이후 외국에 자회사 등을 설립하는 중국 기업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을 거쳐 고율 관세 등 중국 기업을 겨냥한 무역 정책이 늘어나기 시작한 때이다. 컨설팅 회사 스트래티지리스크의 아이작 스톤 최고경영자(CEO)는 “쉬인이나 틱톡 같은 회사는 미국의 규제와 (중국 회사라는) 평판 저하를 줄이는 건 물론 창업자나 직원이 중국 당국에 위협을 받거나 체포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국적 세탁’ 노력이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틱톡만 해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 내 서비스를 원천 금지하는 법안이 미 의회에 발의됐다. 마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은 쉬인의 본사이전에 대해 (중국 기업으로서) 행적을 감추려는 쉬인의 노력에 아무도 속아선 안 된다“는 서한을 동료 의원들에게 보냈다. 중국 정부 역시 자국 기업에 국외로 자금이나 데이터를 내보내지 못하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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