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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공사장 주말엔 母김밥집 돕던 청년, 4명 살리고 떠났다

김혜선 기자I 2023.09.26 11:47:02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평일에 건설 현장, 주말에 어머니의 김밥집에서 일하며 성실하게 살던 20대 청년이 네 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한국장기조직진흥원 제공)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구경호(28)씨는 지난달 13일 제주한라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구씨는 지난달 7일 작업 도중 추락 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제주도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구씨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사업을 꾸리는 것을 꿈꾸며 살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구씨는 주중에는 건설업에, 주말에는 어머니의 김밥집 일을 거드는 착한 아들이었다.

구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유품에서 ‘버킷리스트’를 발견하고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기증 결심을 했다.

구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숨을 거둔 날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거 같아서 기증을 결심했다. 나도 너와 같이 기증할 거라고 웃으면서 약속하고 왔다”며 “속 한번 안 썩이고, 착하게만 자라온 네가 고생만 하고 떠난 거 같아서 미안하다.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의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고통받던 장기기능 부전 환자에게 새 생명의 기회가 전달되었다”며 “생명나눔은 말 그대로 나눔이지 끝이 아니다. 기증자의 꿈 꾸던 희망과 세상을 모두 이루길 희망하며,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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