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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기업 73% “새해에도 공급난 상황 나아지기 어렵다”

이다원 기자I 2023.01.04 12:00:00

대한상의 2023년 공급망 조사 결과 발표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공급망 개선 관건
일상화한 불안에 기업들, 대응책 마련 부심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B·B·C(이차전지·바이오·반도체) 기업 10곳 중 7곳이 2023년 새해에도 공급망 상황이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고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발표한 ‘B·B·C 제조기업의 공급망 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새해 공급망 상황에 대한 예상을 묻는 질문에 ‘작년과 비슷할 것’이란 답변이 51.7% 나왔다.

또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7.3%, ‘악화될 것’이란 답변은 21%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바이오가 ‘비슷’ 60.2%, ‘악화’ 20.5%, ‘호전’ 19.3% 순으로 공급망 상황의 호전을 예상한 비중이 가장 낮았다. 이차전지(배터리) 산업의 경우 ‘비슷’ 56%, ‘악화’ 17.9%, ‘호전’ 26.1% 순이며, 반도체는 ‘비슷’ 43%, ‘악화’ 23.4%, ‘호전’ 33.6%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엔데믹으로의 전환 등 긍정적 요인들에 힘입어 공급망 상황의 호전을 예상한 기업 비중이 악화로 전망한 기업보다 많았다”며 “하지만 공급망 피해가 심했던 작년과 비슷할 것이란 답변까지 포함하면 B·B·C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공급망 위기 및 애로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0곳 중 6곳(62.3%)에 해당하는 기업이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급망 불확실성에 따른 재고관리 애로’를 꼽은 경우가 5점 만점에 3.8점으로 가장 많았다. 또 ‘원료 조달 차질에 따른 생산애로’(3.5점), ‘물류 차질에 따른 판매 수출 애로’(3.4점) 등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B·B·C 기업들이 새해 가장 우려하는 공급망 위협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였다. 이들 기업이 ‘공급망 위협요인별 영향 정도’를 평가한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5점 만점에 3.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미·중 패권경쟁 등 자국우선주의 심화’(3.8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3.7점), ‘코로나 펜데믹 재확산’(3.4점), ‘탄소국경세 등 공급망 환경규제 강화’(3.4점), ‘기상이변 등 자연재해 위험 증가’(3.1점)등을 우려했다.

일상화된 공급망 불안에 B·B·C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대응 여부’에 대해 응답기업의 절반가량이 ‘이미 대응하고 있거나 대응책 마련 중’(48.3%)이라고 답했으며, ‘현재 대응않고 있지만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도 39%에 달했다.

가장 우선순위로 시행 혹은 계획 중인 대응책은 ‘조달·판매처 다각화’(43.9%), ‘기술·경쟁력 강화’(23.2%),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10.3%), ‘공급망 내 현지화 전략 확대’(8.4%) 등이 꼽혔다.

공급망 애로 해소를 위한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생산기지 이전 등 해외시장 진출을 검토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는 10곳 중 4곳에 해당하는 기업이 ‘검토한 적 있거나 검토 중’(39.7%)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45.2%), ‘반도체’(42.2%), ‘제약바이오’(30.7%) 순이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로는 ‘거래처 발굴 지원’(35.3%), ‘대-중소기업간 공급망 협력 생태계 구축’(16.3%),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14.7%) 등이 거론됐다.

새해 B·B·C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작년에 비해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작년 대비 새해 사업운영 방향에 대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소극적 긴축경영을 계획 중’(51.7%)이라고 답하면서다.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작년보다 줄일 것’이라는 응답비중(62.7%)이 ‘늘릴 것’이란 답변(37.3%)을 크게 웃돌았다. 수출에 대한 전망 역시 ‘작년 대비 감소’를 예상한 기업의 비중(57.3%)이 ‘증가’(42.7%)보다 많았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새해에도 공급망 분절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조달처 다각화와 차세대 기술개발, 생산기지 이전 등 기업들의 극복 노력도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첨단산업분야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분이 생길 텐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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