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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 참변 가슴 미어져…"

조선일보 기자I 2004.12.10 19:19:11

상이군경회·요리명장·90代노인 잇따라 성금
청와대 비서실장 등 弔問

[조선일보 제공] “정민아, 청훈아, 경철아…. 왜 벌써 떠나니. 이제 모든 걸 잊고 하늘나라에서 잘 살아야 해.”(한나) “정민아,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오늘 크리스마스 트리 꾸밀 건데 우리 교실로 놀러올 거지. 기다릴게.”(희선) “너한테 잘해준 것도 없는데 벌써 가버리면 어떡하니 정민아, 난 믿을 수 없어.”(은비) 10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부모가 경찰 철야근무와 신문배달로 집을 비운 사이 화재로 참변을 당한 세 남매〈본지 10일자 A13면〉의 영정 앞에 편지 30여통이 쌓였다. 친구들이 하늘나라로 떠난 정민(11), 청훈(8), 경철(6) 남매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흰 백합 한 다발을 영정 앞에 놓은 정민이의 친구 이예린(11)양은 “정민아, 잘 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빈소는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는 꽃으로 뒤덮였다. 아침 일찍부터 조문 행렬도 끊이질 않았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세 남매의 안타까운 참변이 알려지자 금씨 부부를 위로하려는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상이군경회 한전검침사업본부 임직원 1500여명은 연말 송년모임 계획을 취소하고 회식비 2000만원을 금 경장 부부를 위로해달라며 서울경찰청에 전달했다. 상이군경회 이시영 총무국장은 “노조측에서 먼저 제의를 했고 회사측에서도 흔쾌히 뜻을 같이했다”며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을 당한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접시닦이’로 시작해 35년 만에 서울 유명 호텔 이사가 돼 화제를 모았던 ‘요리명장’ 정영도(53)씨도 이날 금 경장 계좌로 성금 500만원을 보냈다. 의정부에 사는 이승열(93) 할아버지는 이날 오후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빈소를 찾아 세 남매의 명복을 빌었다. 이씨는 “신문 기사를 본 나도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데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소”라며 “어떻게 해서든지 직접 세 남매의 부모를 보고 위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열악한 근무환경과 생계문제 때문에 자식을 지켜내지 못한 금 경장 부부를 위로했다. 허준영(許准榮) 서울경찰청장, 청와대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 문재인(文在寅) 시민사회수석, 이택순(李宅淳) 치안비서관 등이 장례식장을 직접 방문, 금 경장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와 권영길(權永吉)·이영순(李永順)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잠들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과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 방상훈(方相勳) 조선일보 사장도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금 경장 동료들은 “함께 가슴 아파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금 경장 부부도 조금씩 힘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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