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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자동차에 쓰던 녹지 않는 소재 재활용 길 찾았다

강민구 기자I 2024.03.04 12:00:00

화학연,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 개발
촉매 없이 인체유해성 적은 용매로 재활용 가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촉매 없이 인체유해성이 적은 용매로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열경화성 고분자 필름.(자료=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진철, 정지은, 유지홍 박사 연구팀이 녹지 않아 재활용이 불가능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는 ‘열경화 플라스틱’을 촉매 도움 없이도 특정 저독성 용매에 녹는 소재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열경화 플라스틱은 한 번 모양을 만들고 나면 형태를 바꿀 수 없다. 따라서 휴대폰, 건축자재,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재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잘 녹지 않아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을 오염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촉매 도움 없이도 특정 저독성 용매에 녹는 열경화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한 김진철 박사 연구팀(오른쪽부터 김진철 책임연구원, 유지홍 박사후연구원, 정지은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열경화성 고분자 네트워크에 열, 빛 등의 자극이 가해지면 결합이 깨지거나 주변의 다른 결합과 교환될 수 있는 화학 결합 방식인 ‘동적 공유결합’ 구조를 도입해 인체유해성이 적은 용매로 추가 원재료를 소모하지 않고 재성형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폴리우레탄 고분자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폴리우레탄은 대표적인 열경화성 고분자 중 하나이다. 연구팀은 ‘리포산’과 ‘폴리에틸렌이민’을 활용한 열경화성 폴리우레탄 합성에 성공했다.

리포산은 자연 원료에서 얻어지는 재생 가능한 원료이다. 자외선을 조사하면 리포산의 고리 형태가 열리며 열경화 플라스틱과 같은 단단한 고분자를 형성할 수 있다.

개발한 열경화 폴리우레탄 내 리포산은 특정 친환경 용매로 인접한 폴리에틸렌이민(파란색 가지 모양)의 자가촉매 반응으로 다시 고리 형태로 되돌아가, 결국 가교 구조가 해체되어 용매에 녹게 된다. 고리 형태의 리포산 구조는 다시 자외선을 조사하면 단량체로 돌아가 고분자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밖에 개발한 소재에 리튬이온 염을 첨가하면 이온전도성 특성이 나타나 배터리, 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소자용 고체전해질로 쓸 수 있다. 기존에 재활용할 수 있는 고체전해질 연구와 비교해도 이온전도성이 높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열경화 플라스틱을 인체유해성이 적은 용매를 이용해 저온, 무촉매 조건에서 재활용하는 기술”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탄소 저감, 화학 소재 재자원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스(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1월호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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