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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중소기업 대신 가계대출 ‘올인’
국내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2000만원 이상 신용대출을 제한하기로 했고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아예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주력인 모바일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이 신용대출 문을 잠근 것은 극약처방 없이는 올해 신용대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4~5% 증가하는 수준에서 관리해왔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경제가 흔들리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은행은 총대출에서 기업 대출의 비중을 총대출의 절반 이상으로 맞추겠다고 해놓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 보다 가계 신용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면, 돈을 떼일 위험은 적은 대신 수익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올 들어 11월까지 가계 신용대출이 각각 22.1%, 22.6% 증가했다.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두 은행은 3분기까지 1조7000억~8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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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탈 걱정되자 대출 문 잠그는 극약처방
그러나 연말로 접어들면서 당국의 압박강도가 올라가자 스텝이 꼬였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 은행권의 월간 신용대출을 2조원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도 11월 지난 11월에는 국내 5대 은행 신용대출이 5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얼마 전 은행 대출담당 임원을 모아놓고 대출억제를 주문하면서, 목표를 지키지 못한 은행은 내년 대출 증가량을 깎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커지는 건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국가적 위험이 발생한다”며 “당분간 총량관리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늘리라는 중소기업 대출 대신 가계대출을 확대하면서 뒤탈을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신용대출을 아예 걸어잠그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자산시장의 거품을 만들어 대출수요를 자극해놓고 은행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압박도 문제이지만, 은행권 스스로 대출 관리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신용대출 중단 쇼크가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돈이 필요한 서민들다.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이 낮은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처럼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하며 2016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금융(2조1000억원)과 여신전문금융사(1조1000억원), 저축은행(9000억원)에서 두드러지게 늘었다. 신용카드사의 카드론과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교하게 대출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