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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조치로 법원에 또 한방 맞은 트럼프…"법정서 보자"(종합)

김형욱 기자I 2017.02.10 10:40:10

공화-민주 대법관 인준 두고 힘싸움 치열해질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지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이날 최근 정치쟁점화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을 이민 찬반 논쟁으로 휩싸이게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항소법원에서도 막혔다.

미 샌프란시스코 제9회 항소법원은 9일(현지시간) 원심(1심)과 마찬가지로 이 행정명령 발효에 대한 일시 중단을 판사 3인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이 법원은 지난 4일 1심에서 패소한 미 법무부의 항소로 이번 주 심리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테러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시리아,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7개국 국민의 입국과 난민 심사를 각각 90일, 120일 동안 일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때문에 당시 여행객 721명부터 최대 100만명에 달하는 해당 국민과 난민 신청자의 발이 묶이게 됐다. 그러나 이달 3일 워싱턴 주(州)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이 행정명령의 발효를 일시 중단시키며 트럼프의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항소법원은 정부가 7개국 국민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유의미한 근거를 대지 못했으며 트럼프가 종교를 차별했는지 여부도 좀 더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며 행정명령 일시 중지를 결정했다는 원심을 판결을 그대로 수용했다.

트럼프는 즉각 대법원 상고를 시사했다. 항소법원의 판결 발표 직후 트위터에 “우리나라의 안보가 위기에 처했다”라며 “법정에서 또 보자(see you in court)”는 글을 올렸다. 이어 기자들에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이길 것이며 이 판결을 ‘정치적으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심 패소 이후에도 판결을 내린 로바트 판사를 ‘판사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며 폄훼하고 판사가 너무 정치적이라며 연일 맹공을 퍼부어 왔다. 항소 당사자인 법무부는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사실상 대법원으로 가게 된 만큼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지명한 닐 고서치 신임 대법관 인준을 둘러싼 공화·민주당의 갈등도 한층 격화하게 됐다. 미 대법원은 현재 보수와 진보의 4대 4 구도가 팽팽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닐 고서치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의장은 지난 5일 트럼프의 법원 폄훼를 비판하며 “트럼프가 미 헌법을 시험하고 사법부에 대한 개인적 공격을 할 때마다 고서치의 검증 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클린턴 정권에서 일한 로날드 클래인 민주당 측 변호사도 “고디쉬 청문회의 첫 질문은 그가 동료에 대한 (트럼프의) 경멸을 그냥 넘어갈 것이냐는 검증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법부 최고위직으로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닐 고서치(Neil Gorsuch) 미국 대법관 지명자가 2일(현지시간) 회의 참석차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들어서고 있다. AFP
그러나 민주당도 현실적으로는 고서치를 낙마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집권 공화당이 이미 100명의 상원 의석 중 과반이 넘는 52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 측에서도 중도 성향의 일부 의원이 고서치를 공개 지지하고 있다. 현 상황이라면 고서치가 필요한 60표를 무난히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전망이다. 그는 더욱이 2006년 만장일치로 현재의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된 전례가 있다. 슈머 민주당 상원의장 역시 이를 승인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민주당이 필라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행)까지 고민하는 이유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의장에게 과반, 즉 51표의 득표만으로도 지명자를 인준할 수 있도록 상원법을 개정하는 안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달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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