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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GP 총격에 '강력 항의'?…軍, 사과 대신 재발방지 요구만

김관용 기자I 2020.05.04 11:43:33

국방부, 재차 밝힌다며 강력 항의했다 강조
하지만 전날 언론 브리핑서 관련 설명 안해
항의 및 사과 요구 질문에 "더 말할 것 없다"
대응 경고사격 방향과 北 탄종 등도 미공개

DMZ 내 GP에서 우리 군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출처=육군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당국이 북한의 지난 3일 우리측 감시초소(GP)에 총탄 사격을 가한 것에 대해 사과가 아닌 재발방지 대책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성이 없다는 부분을 강조하다 지나치게 북측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하면서 “전날 오전 9시 35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냈는데, 이 전통문을 통해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대해서 심각함에 대해서 우려를 했고, 입장도 표명해달라고 얘기를 했으며 이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 중단해야 된다는 점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군 당국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강력한 항의를 했다는 설명은 없었다. 전통문에 “이 상황에 대해 북측에서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북측의 설명이 있을 수 있는 요구문을 보냈다”고만 했다. 경고방송에 대한 설명에서도 “상황에 대해 인지시키고, 더 이상의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방송을 통해 요구했다”고만 밝혔다.

이에 ‘전날 전통문에 강력한 항의 표시를 했다고 했는데, 재발방지를 촉구한 걸로 알고 있다. 항의 문구가 있었는지 궁금하고, 사과를 요구한 것도 있는지 답변해달라’는 언론 질문에 최 대변인은 “전통문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제까지 알려드린 적이 없었다. 아까 드린 말씀 외에 더 드릴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에도 정확이 어떻게 항의했는지 밝힐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군은 강력 항의는 물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군 당국은 북측의 우리측 GP에 대한 사격 이후 실시한 20여발의 경고사격을 북측 비무장지대(DMZ)에 했는지, 허공에 했는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졌다”고만 했다.

북측이 쏜 탄종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군 당국 설명대로 의도성이 없는 우발적 사고였다면 AK-47 소총 보다 사거리가 긴 14.5mm 고사총이어야 설득력이 있다. 소총이나 기관총의 경우 유효사거리가 짧아 우리측 근처까지 와서 조준사격을 해야 정확히 GP를 맞출 수 있는데, 이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 대목이다. 우리측 GP를 지향해 고정돼 있던 고사총에서 발사된 탄종이어야 우발적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편,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41분께 중부전선 DMZ 내 우리측 GP에 총성이 울렸다. GP 근무자가 총성을 듣고 주변을 확인한 결과 4발의 탄흔과 탄두 등이 발견됐다. 군은 북한군 GP에서 운용 중인 화기로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10여발씩 2회에 걸쳐 경고사격을 하고 경고방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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