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北, 갱도 내부도 공개할까…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 '초읽기'

김관용 기자I 2018.05.21 10:36:36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준비 정황
그간 핵실험 안한 3·4번 갱도 내부 공개할지 관심
갱도 내부 공개 후 폭파해야 北 진정성 확인
전문가 제외한 기자들만 초청, 질문 허용할지 주목
아직 남측 취재진 명단 안받았지만 일단 중국行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23~25일로 예정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번과 4번 갱도를 공개할지 주목된다. 이들 갱도는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곳으로 그 구조를 공개한 뒤 폭파해야 검증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곳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총 6번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1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1번 갱도는 폐쇄한 상태고 2~6차까지 핵실험을 진행했던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 이후 내부 갱도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국정원은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이 끝나고 8분 후 여진이 있었고, 후속 여진이 3차례나 발생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바 있다.

3차 핵실험이 있던 2013년 2월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3번 갱도는 아직까지 사용되지 않은 곳이다. 위력이 큰 핵융합 반응을 위해 준비된 갱도로 연쇄 핵실험을 위한 용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2번 갱도에서 핵융합 반응 실험을 했기 때문에 3번 갱도의 목적이 불분명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4번 갱도가 추가적으로 준비되고 있다는 정황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3번과 4번 갱도를 공개하고 이를 폭파해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장면을 전 세계 언론에 공개하며 비핵화 의지를 과시했지만 1년여 만인 2009년에 2차 핵실험을 감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 행사에서 갱도 폭파 전 내부를 공개하고 인근 전망대에서 폭파 장면을 관람하게 할지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있는 모습. 당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이를 전 세계에 공개했지만, 1년여 만인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로 추정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핵실험장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4줄에 걸쳐 목재 더미가 쌓여있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이는 취재기자들이 북쪽과 서쪽, 남쪽 갱도 폭파 장면을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이번 행사에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23∼25일 갱도 폭파 방식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면서 중국·러시아·미국·영국·한국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문가와 기자를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은 이후 전문가를 빼고 기자만 초청한 상태다. 핵시설을 담당하는 책임있는 당국자와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통해 전문가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외무성이나 통일전선부의 핵심 인사가 행사장이나 원산 프레스센터를 찾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한국 취재진이 중국 베이징으로 21일 떠났다. 북한은 아직 한국 언론 취재진의 명단 접수를 거부한 상황이라 실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언론사는 통신사 1곳과 방송사 1곳이다. 이들은 타국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베이징 북한대사관에 방북 비자를 신청할 예정이다. 비자가 발급되면 22일 미국·중국·러시아·영국 등 다른 나라 취재진과 함께 방북길에 오를 전망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