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기본법, ‘규제’부터…업계 "산업진흥 소홀 우려"

임유경 기자I 2022.10.30 16:36:18

윤창현 투자자 보호 규제 초점 디지털자산법안 발의 예정
불공정행위에 자본시장법 수준 벌칙 적용이 골자
금융위에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해 감독 포함
업계 "규제법과 함께 진흥법도 나와야"
당정, 내년 상반기 종합적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할 듯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여당이 투자자 보호 규제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법안을 발의한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현행 자본시장법 수준의 벌칙을 부과하고, 금융위원회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시장 관리와 감시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이다.

기업들은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산업 진흥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어 아쉽다는 분위기다. 특히 디지털자산위원회가 금융위 밑으로 들어가, 산업 진흥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당정은 이번 법안을 전면개정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보호, 산업 진흥, 사업 지원 방안을 모두 담아 내년 상반기 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불공정행위 강력처벌·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30일 국회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당내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및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가 법안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자본시장법과 동일한 수준의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직무와 관련해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경우, 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시세조종, 자전거래, 가장거래를 금지하고, 자기 또는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디지털자산의 매매나 그 밖의 거래 행위를 막았다.

윤창현 의원이 지난달 21일 이데일리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서소문라운지 행사에서 디지털자산 규제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이나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했다.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위반 행위로 징역형을 받는 경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게 했다. 뿐만아니라 위반 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했다.

금융위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이번 법안에 포함됐다. 디지털자산위원회는 디지털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것을 포함해 시장 관리·감독 및 감시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는 데 필요한 경우 금융위 소속 공무원 등을 시켜 혐의가 있는 자를 심문하거나 물건을 압수하고, 사업장을 수색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가 디지털자산시장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디지털자산사업자 등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업계 “산업 진흥법도 마련돼야”…당정, 내년 상반기 디지털자산 기본법 준비 중

규제와 진흥을 모두 다룬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기대하고 있던 업계는 법안 내용에 아쉽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루나·테라 사건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규제법부터 먼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진흥법과 규제법이 함께 균형을 맞춰야 산업이 성장하는데 지금은 특정금융정보법까지 너무 규제 일변도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디지털자산위원회가 금융위 아래 설치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자산위원회가 금융위 산하에 설치돼 앞으로 규제에 치우친 역할만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 알아서 커라, 정부는 규제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지난 8월 1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 윤한홍 정무위원회 간사, 성 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당정도 업계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기국회 내 먼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법부터 처리하고 추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업계가 요구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자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만들 때 해외 규제와도 정합성을 맞춰야 하는데, 아직 미국과 유럽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만 법을 만들었다가 산업 축소 등 혼란만 가중될 수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투자자보호 장치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제2의 루나·테라 사태가 재발할 위험이 있으니 규제 입법만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도 해외 상황을 보며 천천히 법을 만들지, 아니면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자보호부터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 때 투자자보호 법을 처리하고 향후 보완적 입법을 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산업 진흥과 사업 지원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내년 상반기 내 입법 추진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디지털자산특위 3차 회의에서 규제혁신 분과를 만들어 계속 규제혁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에 결과가 나오면 공개 세미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글로벌 동향도 반영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기본법은 이번에 나온 디지털자산 시장 공정회복법의 법안명을 바꾸고 전면개정해 입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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