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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기소…'무리한 기소' 논란 불가피

이연호 기자I 2022.05.04 11:37:28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수사 8개월 만 마무리…김웅, 직권남용 무혐의·공직선거법 위반 檢 이첩
윤석열·한동훈 등은 무혐의 결론
뚜렷한 '물증' 확보 없이 공심위 불기소 권고 뒤집어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 착수 8개월 만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하 손 검사)을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달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은 것으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검사 여운국 차장)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촉발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 총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4일자로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그 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부분은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웅 의원의 공직선거법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손 검사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되나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에 이첩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부분은 무혐의 처분하는 한편 나머지 범죄는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로 이첩했다.

이 밖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당시 대검 수정관실 검사 3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고발사주’ 의혹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윤 당선인의 측근인 손 검사가 대검 수정관실 부하 검사 등에게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골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처분 결과. 표=공수처.
지난해 9월 6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이후 손 검사의 자택과 김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였으나 손 검사의 벽에 번번이 막히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손 검사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한 번의 체포영장과 두 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 의원이 공수처의 사무실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며 신청한 준항고도 법원이 받아들이며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무색케 했다. 이후 손 검사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계속 조사에 응하지 않은데다 대선 일정까지 겹치면서 수사는 한동안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공수처는 8개월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이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했음에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물증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손 검사 기소를 강행하면서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앞서 공수처 공심위가 지난달 19일 손 검사와 김 의원 등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이를 거스르는 선택을 함으로써 공수처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만약 재판에서 손 검사가 무죄를 받을 경우 그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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