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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져보기] `해품달` 원작이 어째 인터넷에 있느냐

장서윤 기자I 2012.03.19 15:40:02

인기소설, 텍스트파일로 작성
포털 블로그 등 통해 불법 유출
삭제요청·시정조치 등 소용없어
하룻밤 새 수천명 다운받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9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 텍스트본이 불법 유통되는 인터넷 까페
[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국민 드라마’로 등극한 채 지난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MBC ‘해를 품은 달’의 원작소설을 출판한 파란미디어는 요즘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드라마의 히트와 함께 책도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지만 골칫거리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작품의 텍스트파일, 이른바 ‘텍스트본(텍본)’ 때문이다. 텍본은 책이 출간된 후 여러 명이 나눠서 입력한 뒤 그 내용을 텍스트파일로 합친 형태를 말한다.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카페는 물론 인터넷 P2P 사이트 등을 망라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텍본은 하루에만 수천 건 넘게 다운로드 되고 있을 정도로 유포 속도가 빠르다. 이를 막기 위해 텍본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야간 시간대 따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관련 글을 지우는 데만 투입하고 있지만 빠르게 퍼져 나가는 텍본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파란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하룻밤 사이에만 ‘텍본’ 다운을 요구하는 댓글이 1000개가 넘고 수천 명이 다운을 받아 보는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지워도 지워도 끝이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지난 2009년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등을 펴낸 후 이미 텍본의 피해를 봤던 이 출판사는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문제가 몇년 째 불거지고 있지만 대책 문제에서는 아직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텍스트본 유출 사례가 감지됐을 때 일단 해당 출판사 측에서는 3차례 경고 조치를 취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저작권위원회에 도움을 청한다. 저작권위원회는 유출 사례를 확인한 후 시정권고 조치를 내리는 수순을 밟는다. 정석철 저작권위원회 침해정보심의팀장은 “저작권 권리자의 신고를 받아 집중 모니터링 후 해당 웹하드와 포털사이트 등에 삭제와 게시 경고 조치 등을 취하고 문제가 심각할 경우 해당 아이디의 계정 정지 요청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다. 국내 포털사이트나 웹하드 등에 게재된 텍본들은 어느 정도 제재가 가능하지만 외국 서버를 통해 들어오는 P2P 사이트 등은 어떠한 형태의 규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사태가 심각할 경우 소송 등을 통해 법적 처벌을 강구한다고 해도 이 또한 쉽지 않다. 텍본을 올리고 공유하는 연령대가 청소년들이다 보니 처벌을 요청해도 대부분 법원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사례는 점점 늘고 있는 형편이다. 웹하드나 P2P 사이트뿐 아니라 직접 사진을 찍어 사진 파일로 올리거나 불법스캔을 받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로맨스 소설 작가인 백모 씨는 “텍스트본이 유출되는 방식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 작가로서는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저작권이 이렇듯 허술하게 관리되는 상황에서 어떤 작가가 계속해서 창작 욕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결국은 ‘인식의 문제’로 귀결돼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저작권관리위원회는 “무엇보다 청소년 시기부터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며 “이는 국가적인 재산을 어떻게 지키느냐와도 결부되는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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