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부호라면 켄터키주 산(産) 말을, 싱가포르의 기업가라면 빈티지 보르도를 사는데 열광할 것이다. 반면 러시아 재벌은 영국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손잡고 앤디 워홀이나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경매에 즐겨 나선다. 경매업체 소더비는 아예 지난 4월부터 루블화도 거래될 수 있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와 메릴린치가 북미와 유럽, 아시아, 남미, 중동 지역 부호(기본 거주지 등을 제외한 자산이 100만달러 이상)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이들의 `돈 쓰는 방식`은 모두 달랐다.
캡제미니와 메릴린치는 몇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조사였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과 아시아 부호들은 제트기, 요트에 돈 쓰는 것을 좋아했다. 유럽과 남미 갑부들은 예술품을 선호했고, 중동 백만장자들은 보석과 시계에 돈을 쓰는 편이었다.
이 가운데에서 자산이 3000만달러가 넘는 `수퍼 부자`들도 사는 나라에 따라 소비 행태가 다 달랐다.
◇북미 지역..신흥부자 많아 車 등 `富 과시`에 중점
따라서 부를 효과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자동차, 요트를 사거나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돈을 많이 쓴다는 분석이다. 고가품을 소비하는 데 쓰이는 돈(passion dollar)의 26%가 여기에 쏠렸다.
동전이나 야구 카드 등에도 고가품 소비에 들이는 돈의 19%를 썼다. 미국인들의 경우 `향수(nostalgia)에 약하고 특히 베이비 부머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야구 카드를 사들인다는 분석.
반면 예술품에 들인 돈의 비중은 15%였다.
◇아시아 지역..車나 보석에 관심
아시아 태평양 지역 260만명의 백만장자들 역시 요트나 제트기, 자동차에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비중은 30%.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 부호들에 비해 보석에도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동전이나 골동품 등은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는 품목이어서 소비 비중이 9%에 불과했다.
컨트리 클럽 가입이 아시아 지역에서도 큰 관심사이긴 하지만, 여행이나 의류 구입엔 별로 돈을 안쓰는 편이었고, 19%를 예술품 구입에 써 북미 부호들에 비해선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유럽 부호들은 예술품 수집에 집중
|
이들이 고가품 소비에 들이는 돈의 25%는 예술품에 들어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유럽 부호들이 예술품 수집에 나서는 것은 수백년 계속된 전통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반짝거리는 보석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돈을 적게 썼고, 미국인들처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전 등에도 돈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치안불안 남미 부호는 보석 구매안해..중동은 보석 선호
|
치안이 불안한 지역인지라 신변 안전을 위해 보석 소비엔 별로 지갑을 열지 않았다.
반면 중동 갑부들은 보석을 사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이들이 전체 고가품 소비 가운데 보석에 들이는 돈의 비중은 32%. 이 지역에선 몸에 지닐 수 있는 돈으로서 보석을 선호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