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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 대신 개인카드"…더치페이시대 열렸다

이승현 기자I 2016.10.03 19:03:55

4주전 대비 요식업종은 8.9%, 주점업종은 9.2% 감소
예식장 장례식장서 화환 수 절반 수준으로 줄어
화훼업계 10만원 이하 화환 공모전 개최 등 생존 안간힘

[이데일리 노희준 채상우 전상희 기자] 나눠내기(더치페이)시대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김영란법)이 만든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법인카드는 그림의 떡이 됐고, 자기가 먹은 밥값은 자기가 내는 더치페이가 확산하고 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던 화환과 조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김영란법 시행이 왜곡된 접대 관행과 허례허식을 일소할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3일 BC카드가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8~29일과 4주 전 같은 요일(8월31~9월1일)의 법인카드
이용액을 비교한 결과 한정식집, 일식집 등 요식업종은 8.9%, 주점업종은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정식집은 김영란법 시행 4주 전에 비해 가장 큰 감소폭( 17.9%)을 보였다. 중국음식점 감소폭이 15.6%로 뒤를 이었다. BC카드빅데이터센터는 고급 음식점에서의 법인카드 이용액 감소폭이 더 크게 줄어든 것은 접대 자리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법인카드 이용건수도 줄었다. 같은기간 법인카드 이용건수를 비교한 결과 요식업종은 1.7% 줄었고, 주점업종은 6.1% 감소했다.

법인카드가 사라진 자리를 개인카드가 메웠다. 개인카드 이용건수는 김영란법 시행 1주 전과 비교해 요식업종은 0.3%, 주점업종은 2.1% 증가했다.

BC카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치페이 등 개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수십년 간 이어져 온 관혼상제(冠婚喪祭) 풍습마저 바꾸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종합일간지 기자와 외교부 공무원의 결혼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1층 대강당. 평소 같으면 복도를 가득 메웠을 축하화환은 윤병세 장관이 보낸 것 정도가 눈에 띌 뿐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다. 평소 소형 빈소는 20여 개, 대형 빈소는 40여 개씩 조화가 늘어서 있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빈소별 조화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아닌 일반인들도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조화 배송을 자제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세태변화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업계는 생존방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화원협회는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김영란법 화환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 10만원 이하의 화환을 대상으로 총 50개 제품을 선발할 예정이다.

문성섭 한국화원협회장은 “난 재배 농가에서는 난 쪽 수를 줄인 5만원 미만 난화분을 선보이는 등 김영란법 여파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나 타격이 워나 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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