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USB의 분석을 인용해 통상 일 단위로 측정하는 반도체 재고 수준이 10여년 만에 최고치로, 반도체 업계와 그 공급망의 평균치를 약 40일 치 웃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에 따르면 반도체 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크게 늘어났다가 최근 몇 달 동엔 감소세다. 공급과잉에 따른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는 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공장 폐쇄·물류 차질로 공급이 달려 반도체 부족이 산업계의 최대 이슈였다.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 확산으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다.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신차를 받기 위해 1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다만, 주요 선진국들이 올해 상반기 중에 통화 긴축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내년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형 가전과 신차에 대한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이번달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개인용 PC 재고가 향후 2개 분기 동안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PC 수요 감소를 이유로 내년 10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PC 판매가 1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도체 업체들도 수요 둔화를 반영해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감원 등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10월 실적 전망치를 하향과 감원 계획을 밝히면서 “곧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업체인 AMC도 재고 수준 증가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주 2023회계연도 1분기(2022년12월~2023년2월) 손실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 부진을 반영해 내년에 전체 직원의 10%를 줄이기로 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 경영진들은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반도체 업계 임원들은 2030년까지 반도체 매출이 약 2배로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1조달러(약 1267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