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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벌레 사체 치우기·그림 그려주기…'중고거래 어디까지 해봤니?'

함지현 기자I 2021.03.23 11:00:00

당근마켓서 소액 '민원'처리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
상품 거래 넘어 '사랑방' 역할도 톡톡…공통 관심사 묶어내
"지역 사회 새로운 문화…동네 기반 연결 모색"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현관 앞 복도에 벌레시체가 있는데 벌레가 진짜 진짜 싫어서 나갈 수가 없어요. 치워주실 분 계신가요?”

“취업 후 부모님께 첫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50대 아버지께 어떤 옷이 어울릴까요?”

치우기 어려운 벌레 사체 처리와 부모님 선물 추천받기, 봉사활동 참여까지. 당근마켓이 생활 속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중고 상품을 넘어 별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도 많지만 특히 당근마켓의 경우 ‘우리 동네’에서 대부분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의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에서 적은 금액, 혹은 무료로 생활 속 ‘민원’ 처리와 재밋거리 찾기에 나서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최근에는 벌레 사체를 치워 달라고 요청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처음 보는 벌레의 사진을 찍어 올리며 무슨 벌레냐고 묻기도 하고 퇴치법을 궁금해하는 경우도 있다. 해충박멸 업체가 아닌, 개인이 크기·종류에 따라 몇천원만 받고 벌레를 잡아주겠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간단한 캐리커처는 몇 백원에, 인물사진이나 반려동물 등의 그림은 몇천원을 받기도 하고 무료로 재능 기부에 나서기도 한다.

상당수는 뛰어난 실력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지만, 일부는 상대방이 보낸 사진을 우스꽝스러운 그림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런 내용이 온라인상에 공유되면서 웃음도 유발한다.

이밖에도 엑셀이나 기초 컴퓨터 교육을 원하거나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가르쳐줄 사람을 찾기도 한다.

돈이 오가는 거래가 아닌,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도 해내고 있다. 당근마켓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묶어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의 한 이용자는 베이비박스가 있는 센터에 후원하겠다며 여기에 동참할 인원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미혼모 가정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분유·기저귀·인형·장난감 등을 박스에 담아 후원하려고 하는데 박스가 무거워 이동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었다. 이 글에는 50개가 넘는 응원 댓글이 달렸고, 후원 동참까지도 이끌어 냈다.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에 동참할 인원을 모으기도 하고, 유기견 봉사와 같은 봉사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묻는 글들도 상당수다.

조부모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골라달라는 요청도 있다. 첫 월급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으로 선물을 고르고 싶은데 어른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글을 본 다른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

당근마켓은 앞으로도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로 이웃 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당근마켓이 각종 지역 정보와 소식이 오가는 소통의 장으로 떠오르며 지역 사회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네 기반의 다양한 연결을 모색해 나가면서 지역 주민간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거래글(사진=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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