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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은 폰으로 송금하지만…ATM 못 줄이는 은행

김인경 기자I 2020.11.10 11:02:13

올 상반기 대면송금 0.75%…2015년 2%서 이젠 '유명무실'
스마트폰 이용, 전체 송금 중 73.4%…20~40대 압도적
ATM 송금 11.6%..2015년 20.9%서 반토막
50대 이상 ATM 의존 여전.. 비용 부담스럽지만 당국 눈치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올 상반기 전체 송금건수 중 은행에 직접 찾아 ‘대면 방식’을 택한 금융소비자는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돈을 부치는 모습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특히 송금을 해야 할 때 스마트폰을 사용해 송금하는 사람들은 2015년 10명 중 4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10명 중 7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고령층들은 비대면 방식 중 여전히 스마트폰 보다는 ATM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사용 늘며…은행서 송금하는 사람은 100명 중 1명도 안돼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비대면 금융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의 이체 거래건수 18억6300만 건 중 대면을 통해 이체한 건은 1400만 건에 불과했다. 약 0.75%만 대면 거래를 택했다.

최근 5년간 이체 거래 추이[파란색은 비대면, 붉은색은 대면, 단위: 백만건, 단 괄호안은 전체 거래 중 대면 거래의 비중, 출처:윤두현 의원실]
지난 2015년만 해도 대면 송금방식은 5000만건 수준으로 전체 송금(23억5500만 건)의 2.12% 수준 남짓은 됐다. 하지만 2016년 1.99%로 떨어지더니 2017년 1.87%, 2018년 1.49%, 2019년 1.08%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사실상 돈을 보내기 위해 은행에서 줄을 서 있는 모습은 자취를 감춘 셈이다.

대면 송금이 사라진 자리를 가장 크게 메꾼 것은 ‘휴대폰’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앱을 통한 송금이 대중화되고 있다. 2015년 전체 송금 건수 중 38.9% 수준을 차지했던 스마트폰 송금은 2017년 50.8%로 치솟았다. 이어 2018년 60.3%에서 2019년 68.5%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는 73.4%로 껑충 뛰어올랐다.
전체 송금 건수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송금 비중[출처=윤두현의원실]
인터넷을 통한 송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인터넷을 통한 송금은 6억5800만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4억7200만 건으로 내려왔고 올 상반기는 1억9800만 건에 불과하다. 전체 송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2015년 전체 송금에서 인터넷을 통한 송금은 27.9% 수준이었지만 2017년 21.6%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0.6%로 감소했다.

텔레뱅킹 송금도 감소하는 추세다. 텔레뱅킹을 통한 송금은 2015년 2억3700만건이었지만 지난해 1억5700만건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역시 6600만건에 불과하다. 전체 송금에서의 텔레뱅킹 비중도 2015년 10.1%에서 올 상반기 3.5%로 급감하고 있다.

ATM을 통한 송금도 줄어들고 있다. ATM은 은행 창구를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대면 방식이긴 하지만 은행이나 편의점 등 주요 거점에 있다 보니 가장 대면에 가까운 비대면 창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TM을 통한 송금은 2015년 4억9300만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4억4100만건으로 소폭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2억1700만건의 송금이 ATM을 통해 이뤄졌다. 전체 송금에서 AT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0.9%에서 2019년 12.6%, 그리고 올해 상반기 11.6%로 낮아지는 추세다.

스마트폰 대신 ATM 선호하는 고령층…은행의 ‘딜레마’

하지만 문제는 연령이다. 스마트폰 송금을 사용하는 이들 대다수는 20~40대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스마트폰을 통해 송금을 한 사람들의 연령층을 따져보면 20대 미만 2.9%, 20대 이상 24.1%, 30대 28.9%, 40대 24.9%로 나타났다. 50대는 14.7%, 60대는 4.5%에 불과하다.

대신 50대와 60대들은 비대면 중에서도 ATM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ATM을 이용해 송금한 사람 중 50대는 22.6%, 60대는 15.7%에 달했다. 20대는 17.5%, 30대는 18.0%, 40대는 22.1%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ATM을 통해 송금하는 60대 비중은 2015년 11.6%에서 차츰 늘어나 2019년 15.9%로 올라서고 있다.

ATM을 통한 50대의 송금 건수 역시 유지되는 모습이다. 2015년 ATM을 통한 50대들의 송금 건수는 1억1200만건이었는데 2019년 1억6000만건, 올 상반기 4900만건으로 집계됐다. 60대들의 ATM 송금건수은 2015년 5700만건에서 2019년 7000만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앱 설치나 공인인증서 설치 등이 어렵다고 느끼는 어르신들도 여전히 많은 다”고 말했다.
연령별 ATM 송금 사용 비율[출처=윤두현 의원실]
하지만 고령층의 의존에도 불구하고 ATM기는 사라지는 추세다. 이유는 비용이다. ATM기 한 대당 비용은 1000만원 안팎이다. 그런데 ATM 부스를 따로 설치하면 보안장치까지 마련해야 해 비용은 2000만원 초반대로 뛰어오른다. ATM을 설치하고 나도 연 200만원 가량 드는 운영비도 부담스럽다.

스마트폰을 통해 송금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비용을 계속 유지하기 부담스럽다는 판단에 전국 시중은행들은 ATM기 운영을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ATM은 5만58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7만100대) 대비 20% 줄었다. 특히 국내 ATM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등 지역 간 편차도 극심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우려해 당국도 제재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모든 은행의 ATM 실태 파악을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한다고 밝혔다. ATM 배치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ATM을 없애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4대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이 함께 하는 통합 ATM기를 설치하고 은행별 운용비를 효율화하는 방안까지 고안했다.

은행 관계자는 “당연히 다 잘하면 좋겠지만, 비용의 한계가 있고 은행으로선 사람들이 많이 쓰는 방식에 더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령층 소비자에 접근성이 높은 앱 개발 등 더 친화적인 상품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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