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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후폭풍…전세계 금융주 시가총액 600조원 증발

방성훈 기자I 2023.03.14 14:05:39

MSCI 글로벌·신흥국 금융지수 10일 이후 4560억달러↓
미국은 물론 亞주요국 증시서도 금융주 일제히 약세
연준 금리동결 기대 확산도 금융주 하락에 영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및 시그니처은행 폐쇄 충격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 글로벌 금융주 시가총액이 4650억달러(약 606조 4100억원) 증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고객들이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터클라라 본사에서 예금인출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금융지수 및 신흥국 금융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SVB 파산 결정이 이뤄진 지난 10일 이후 4650억달러 감소했다.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가 투자한 채권 및 기타 상품이 SVB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보다 먼저 주말을 끝낸 아시아 금융시장에선 이틀 연속 금융주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 주가가 8.3%, 한국 하나금융그룹 주가가 4.7%, 호주 ANZ그룹 주가가 2.8% 각각 하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금융지수가는 전거래일대비 2.7% 하락해 작년 11월 2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프랜시스 챈 애널리스트는 “북아시아의 주요(대형) 은행들은 견조한 예금 및 자산 포트폴리오, 풍부한 유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SVB 파산에 따른 위험이 거의 없겠지만, 소규모 은행들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유동성 및 신용위험을 안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보다 늦게 시장이 열린 미국에서도 금융주가 하락했다. 중소형 은행들이 속해 있는 KBW 지방은행지수는 7.7% 급락해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VB 및 시그니처은행 다음으로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도 이날 61.8% 폭락했다. 이 은행은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00억달러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형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JP모건, 씨티, 웰스파고 주가가 5% 안팎 떨어지는 등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금융 부문이 3.78% 하락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보류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한 것도 금융주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주 주가도 오른다. 하지만 이날 금리동결 전망이 강해지며 미 국채 금리가 급락,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국채금리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5% 위에서 움직였으나, 이날은 장중 3.939%까지 내려갔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3.418%까지 떨어졌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아시아·태평양 최고투자책임자인 존 우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은 현재 달걀 껍질 위를 걷고 있다”며 “우리는 SVB 사태가 더 넓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가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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