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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엔비디아, 어닝서프라이즈…잇단 호재속 '천비디아' 등극

방성훈 기자I 2024.05.23 11:47:11

1분기 시장 기대 웃돈 깜짝 실적…2분기 전망도 '맑음'
"내년까지 강한 수요"…'블랙웰' 연내 매출 실현 예고
10대 1 액면분할 결정까지…대형 호재 잇따라
사상 첫 ‘천비디아’ 달성…시총 1위 MS 넘본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1조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AI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황 CEO는 이 과정에서 차세대 AI 전용칩인 ‘블랙웰’의 연내 매출 실현, 나아가 블랙웰 이후의 새로운 AI 전용칩 출시까지 예고하며 앞으로도 엔비디아가 AI 혁명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천비디아’ 고지를 넘어섰다. AI 대장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주식 10대 1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개미투자자들의 추가적인 유입 및 이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를 키웠다.



1분기 깜짝 실적 이어…2분기 전망도 맑음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62% 늘어난 260억 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246억 5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3분기 연속 200% 이상 성장률을 지속한 것이다.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6.12달러로 1년전보다 461% 뛰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5.59달러)를 상회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22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27% 폭증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의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견조한 수요를 재확인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개발 주도권 경쟁에서 엔비디아의 GPU는 필수 제품이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엔비디아의 핵심 AI 칩인) H100 GPU 등 호퍼 아키텍처 출하량이 매출을 끌어올렸다. 메타가 2만 4000개의 H100 GPU를 사용한 대규모언어모델 라마(Llama)3를 발표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며 “대형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데이터센터 매출의 40% 중반대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2분기 매출 전망은 전년 동기대비 107% 증가한 28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 역시 월가 예상치인 266억 1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다만 지난 몇 분기 동안의 급격한 매출 성장세와 비교하면 다소 둔화한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내년까지 강한 수요”…‘블랙웰’ 연내 매출 실현 예고

어닝서프라이즈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도 호재가 쏟아졌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배 이상 급증했음에도 차세대 AI 전용칩인 블랙웰이 매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소개하며 “올해 우리는 블랙웰에서 많은 매출을 보게 될 것이다. 새로운 칩은 4분기까지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웰을 통한 연내 매출 실현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AI는 거의 모든 산업에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며, 기업이 비용 및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생성형 AI 기능이 발전하고 다중모드가 되면서 엔비디아의 컴퓨팅 성능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 CEO는 또 회사의 장기 혁신 계획에 대한 질문에 “블랙웰 이후에 또 다른 칩을 발표할 수 있다. 1년 주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4월 블랙웰을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 보다 개선된 AI 전용칩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크레스 CFO는 “테슬라, 메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각종 AI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가 부각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주권 AI’(Sovereign AI) 구축을 위해 거액의 자본을 투입해 수익 다각화 및 수요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며 “H200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했다.

10대 1 액면분할 결정까지…대형 호재 잇따라

엔비디아가 이날 기존 주식을 1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5년 전 주당 50달러 미만이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주당 94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액면분할된 주식은 다음달 10일부터 거래될 예정이며, 다음 달 6일까지 엔비디아 1주를 보유하면 같은 달 7일부터 9주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은 주식이 너무 비싸고 향후 주가가 계속해서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진행된다. 주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의 접근이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주식 수요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2000년대 들어 총 다섯 차례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2000~2007년 엔비디아의 주가가 334% 폭등해 네 차례(2000년, 2001년, 2006년, 2007년) 액면분할을 진행했으며,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가가 744달러까지 폭등하자 4대 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엔비디아는 또 분기 현금 배당금을 주당 0.1달러로 직전 분기(0.04달러) 대비 확대한다. 액면분할 후를 기준으로 한 배당금은 주당 0.01달러로 다음 달 28일 지급된다.

사상 첫 ‘천비디아’ 달성…시총 1위 MS 넘본다

대형 호재들이 이어지면서 엔비디아의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실적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6% 이상 뛰며 사상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했다. 정규장은 아니지만 한때 1020달러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약 30% 더 상승하면 시가총액이 3조달러, 나아가 현재 1·2위인 MS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베스팅닷컴의 토마스 몬테이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발표한 수치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AI 혁명 리더십이 현재 어떠한 도전도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엔비디아의 매출이 다시 한 번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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