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성능 해치백 i30N이 ‘탑기어’, ‘에보’, ‘아우토빌트’ 등 해외 유수의 매체로부터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벨로스터N’만 판매한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벨로스터N보다 디자인적으로 완성된 5인승 i30N의 한국 출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는 복잡한 노사 관계로 이 차를 수입해 내수용으로 판매할 계획이 없다. 그렇다면 정말 불가능할까. 답은 분명이 있다. i30를 생산하는 울산공장에서 i30N을 조립하면 된다. 이미 이 차의 바디킷을 이용한 'i30N라인', 또 벨로스터N도 울산공장에서 생산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경영 판단으로 여겨진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국내 소비자를 외면하는 현대차를 시정해달라고..”
i30N은 왜 국내에서 만날 수 없을까?
현대차는 2017년 9월 i30N을 유럽에서 처음 출시할 때 “내수용으로 출시해봐야 판매가 극소수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내수 판매를 접었다. 소량 모델을 판매하면 수익성이 낮아진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할 내수 시장에서 이런 소량 모델을 출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5월, 벨로스터N을 내수용으로 출시한 이후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국내에도 고성능 모델을 원하는 수요가 꽤 많다는 방증이다. 내수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히려 유럽에서 검증된 i30N을 국내에 출시했다면 벨로스터N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었을 것이라 주장도 꽤나 많다.
내막을 살펴보면 이렇다. i30N은 국내 출시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쪽에 가깝다. i30N은 국내 공장이 아닌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어차피 같은 현대차인데 수입하면 되지, 이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 할 수 있다. 현대차의 복잡한 노사간 합의사항을 보면 답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의 활동 기반이 되는 단체 협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생산되는 부품 및 완성차를 국내로 수입 할 때는 노사 공동위원회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i30N의 수입을 허용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해외에서 생산된 모델을 국내에 수입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속내는 이렇다. 해외 생산분을 역수입하는 선례가 생기면 경영진이 일감을 줄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때 해외 생산물량을 수입해 판매한다면 노조는 강력한 협상 카드를 하나 잃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유럽과 국내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한 권리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럽의 노조는 경영에 대한 참여가 일부 보장되지만 국내에서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해외 생산분의 국내 수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노사간 합의 조항은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i30N의 국내 출시는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울산공장에서 생산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