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전국의 택시업계 노사가 내일(20일) 하루 전면 파업을 예고하면서 교통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시업계는 `고사 직전에 놓인 택시업계를 살려 달라`며 LPG 가격 안정화(가격상한제)와 택시의 대중교통인정,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택시에만 유가 보조금을 지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국가 재정상 비용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택시업계 "리터당 900원으로 묶어 달라"..법적 근거는 있어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국장은 "택시요금은 3년째 제자리인데 LPG가격은 폭등하고 있다"면서 "국내 수입사들도 국제가격과 연동돼 팔 수 밖에 없으니 (기업에 부담을 지우지 말고) 리터당 900원으로 묶은 다음 나머지 부분은 정부가 보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차량용 LPG 가격은 리터당 1150원 수준. 이중 정부 보조금이 221원이니, 가격상한제가 되면 정부는 리터당 총 471원(221원+250원)을 부담해야 한다.
SK가스(018670), E1(017940) 등 LPG 업계는 가격상한제가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에 최고가격제의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LPG 업계 관계자는 "석대법에는 전쟁으로 인한 원유수입 중단 등 위기 상황 발생시 지경부 장관이 가격을 통제하고 기업에 피해를 보상해 주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생존권 문제를 국가적인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있는지와 국제유가 인하로 LPG 국내 공급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난색..수입선 다변화도 쉽지 않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난색이다. 국내 LPG 가격은 2001년 1월 이래 정부 고시제에서 가격자율화로 바뀌었으며, 택시에만 유가 보조금을 늘리면 화물차 등 다른 운송수단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상한제 외에 LPG 가격을 안정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택시업계 일각에선 사우디 아람코 외에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LPG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외에 북해산이나 북미산을 수입할 수는 있지만 운송비가 배 이상 들어 가격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젤이나 CNG 택시에도 유가 보조금을 허용해 택시업계가 LPG외에 여러 원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논란이다.
임승운 택시노련 국장은 "디젤택시는 LPG택시보다 가격이 비싸 노조는 반대해 왔지만 이번에 회사측과 공동 건의문을 내면서 택시연료 다양화를 건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LPG 업계 관계자는 "얼마전 WHO에서 디젤 배기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는데 운행량이 많은 택시에 정부 보조금까지 줘서 허용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LPG 가격을 안정화시킬 묘책이 쉽지 않은 가운데, 택시업계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택시면허 반납과 10월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택시 파업의 유일한 해결책은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택시요금을 현실화하고, 시장 수요에 맞게 감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