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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타이틀 쟁탈전'…신정·신월동이 목동이라고?

황현규 기자I 2020.09.11 11:00:30

청약통장 만점나온 '신목동파라곤'은 신월동
신정동·신월동 새아파트 줄줄이 ‘목동’ 이름달아
목동 부촌 이미지 효과 톡톡
목동 주민 “생활권 다른데, 무슨 소리”

(이미지=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언제부터 신월동이 목동이었죠? 왜 신월동 아파트에 ‘목동’이 들어간 건지…”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신정동에 ‘목동’ 이름을 딴 신규 아파트 단지들이 생기면서 실제 목동 주민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목동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학군도 달라 별개의 생활권으로 봐야하는데도, ‘목동’이란 동네명을 비목동 아파트에 쓰고 있다는 불만이다.

신목동파라곤 조감도(사진=이데일리DB)
“목동 타이틀 달고 신월·신정동 이미지 탈피하자”

최근 청약에 나선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에서 만점(가점 84점) 청약 통장이 나왔다. 만점 84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충족해야 받는 점수다. 청약 당시 경쟁률은 평균 146대 1로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신목동’이라니 그럴 만해 보인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의 만점 통장 소식에도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부럽다는 반응보다는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름과 달리 목동이 아닌 신월동에 위치한 아파트인데, 왜 청약을 넣었는지 의문이다”는 글을 남겼다.

해당 아파트는 행정구역상 목동이 아닌 신월2동에 있다. 목동역 5호선과의 거리는 도보로 30분거리(2.6㎞)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또한 까치산·신정역(5호선)이다. 9호선 ‘신목동역’과의 거리는 더 멀다. 차로 20분·도보 1시간을 가야지만 신목동역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6.4㎞)에 위치했다.

목동과 학군도 다르다. 청솔학원, 종로학원, 청담어학원 등 유명 학원가까지의 거리도 도보 40분거리 일 뿐만 아니라 명문고로 꼽히는 강서고, 양정고도 행정구역상 배정받을 수 없다.

이런 신월동 아파트가 ‘목동’ 타이틀을 가져간 배경은 ‘목동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서다. 목동 생활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분양에 대한 관심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신월동 이미지는 목동에 비해 낙후된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그러나 목동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새 아파트 프리미엄에 우수한 생활권인 ‘목동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목동아파트 전경(사진=이데일리DB)
심지어 목동 타이틀은 분양 이후 시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7년 분양에 나섰던 신월동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도 청약 이후 2019년 말 ‘목동 센트럴아이파크위브’로 이름을 바꿨다. 입주자들의 요구 때문이다.

현재 해당 아파트의 시세(입주권)는 전용면적 59㎡ 기준 9억 7000만원대로 분양가 4억 5000만원보다 2배 가량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을 바꾸면서 목동과 인접하다는 아파트 특징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신월동 뿐만 아니라 신정동 아파트도 목동 타이틀을 가져가고 있다. 앞서 2018년 분양에 나선 신정동 ‘목동래미안아델리체’(2021년 1월 입주)가 대표적이다. 해당 아파트는 목동역보다 신정역에 더 가까울 뿐더러 행정구역상 목동 내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전용 84㎡ 기준 15억 9000만원이다.

목동 주민 “숟가락 얹지 마라”…전문가 “궁극적으로 주변 개발 효과”

신월동과 신정동에 ‘목동’ 이름을 딴 아파트가 연이어 들어서면서 목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비교적 인프라 구축이 더딘 다른 동네에 ‘목동’ 타이틀을 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목동신시가지 6단지에 거주하는 A씨는 “목동과 아예 생활권이 다른 지역에서 목동 타이틀을 쓰는 것은 전형적인 꼼수”라며 “행정구역을 잘 모르는 외지인들은 아마 같은 동네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목동 주민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도 “신월동은 목동이 아니다. 거짓말 하지마라”는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개발지역(목동)을 등에 업고 기생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댓글에는 신정동·신월동 주민들까지 가세해 논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목동 주민들의 ‘불만’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은 “이미 학군 등 인프라가 완성돼 있는 목동과 현재 개발 단계인 신월동·신정동은 경쟁 지역으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목동 이름을 단 아파트를 중심으로 낙후 지역의 개발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송파구 신천동에 새 아파트가 ‘잠실’ 이름을 달고 생기면서 개발된 것과 같은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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