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주가조작 미리 못 잡아 죄송"…고개숙인 금융기관 수장들(종합)

김보겸 기자I 2023.05.23 11:25:53

23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
김주현 "수장으로서 매우 뼈아픈일…통렬 반성 필요"
이복현 "사전에 적발 못 해 국민들꼐 사과 말씀"
손병두 "날로 교묘해지는 주가조작 대응 어려워"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사전에 불공정거래를 적발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방검찰 등 4개 기관은 주가조작과 불공정행위 근절 및 재발 방지 방안 의지를 다졌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양석조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양석조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참석했다.

금융당국 기관장들은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데 대해 자성 목소리를 냈다. 이 원장은 “사전에 적발 내지 처벌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 말씀 드린다”며 “오늘 모이게 된 것은 검찰과 금융당국이 시장 교란 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주가조작 세력이 장기간 대담하게 우리 자본시장을 교란한 것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매우 뼈아픈 일이고 금융당국부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자본시장 토대를 굳건히 하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는 철저한 모니터링과 이상거래 탐지 프로세스를 통해 불공정거래에 신속히 대응해 왔다”며 “그런데 이번 주가급락 사태처럼 날로 교묘해지는 신종 주가조작에 적시 대응하기란 참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부서진 외양간을 서둘러 고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4대 기관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적발 및 대응을 위한 기관 간 협업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증권범죄에도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리니언시 제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자진신고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면제하거나 깎아 주는 제도다. 내부고발 유인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제재수단을 다양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을 높이고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법제화해 불공정행위로 벌어들인 이익은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불공정행위자는 자본시장 거래뿐 아니라 상장사 임원에 선임하는 것도 제한할 방침이다.

기관 간 연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사부서가 주요 사건에 대해 공동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주요 정보를 완벽하고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4개 기관이 분기별로 참석해 운영하는 회의체인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다음 주부터 월 2∼3회 비상 회의체로 전환한다.

차익결제거래(CFD)와 관련해서도 개선 방안을 이달 중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주식거래 시 현재는 외국인·기관으로 표기되는 CFD의 실제투자자 유형을 표기해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신용융자와의 규제차익을 해소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또 개인투자자가 전문투자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신청 절차와 증권사가 이를 확인하는 방식을 대면으로 전환하고 전문투자자라도 CFD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는 추가적인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