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동시다발' 신고가와 급매…요즘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하지나 기자I 2020.08.28 11:00:30
사진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단지.(사진=뉴스1)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아파트 전용면적 140㎡(8층)는 신고가(30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6일 거래된 28억7000만원(1층)짜리 보다 1억8000만원 높다. 강남구 압구정현대 아파트도 전용 144㎡(12층)짜리가 지난 10일 40억원에 팔렸다. 6월11일 36억7000만원 거래된 이후 3억3000만원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반면 같은 강남권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에서는 급매물이 나왔다. 지난 18일 전용 116㎡ 아파트가 2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한달 전인 7월19일 27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코로나19 확산세, 정부 부동산규제 강화로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같은 지역 안에서도 급매물과 신고가 거래가 동시에 이뤄지는 등 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세금회피용이냐, 똘똘한 한채냐

최근 부동산 중개시장에선 법인과 다주택자 매물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됐다. 정부가 ‘폭탄’ 수준의 부동산세제 부과 시점을 내년 6월1일로 잡으면서 아직은 다소 여유가 있지만, 매물이 쌓이기 전에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강화된 부동산 세제 방안이 일부 급매를 유도한 것으로 정부 정책이 먹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고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삼성동·잠실동·대치동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는 지난 3일 전용 109㎡(11층)짜리 아파트가 전고점 대비 6200만원 오른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6일 101㎡(8층)가 22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면 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7㎡ 소형 아파트는 지난 11일 8억9500만원(19층)에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달 매매된 같은 크기 아파트는 9억7000만(30층)~11억5000만원(5층)선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신고가와 급매가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아파트를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풍조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물건은 월세형태가 많아 상당한 현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임대로 돌린 물건이어서 관리가 제대로 안됐거나 저층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앞으로 시세가 더 오를, ‘똘똘한 한채’ 매수세는 높다보니 신고가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 결국 ‘세금회피용’ 급매와 ‘똘똘한 한 채용’ 신고가 거래가 동시에 나온다는 해석이다.

시장이 갈피를 못잡는 것도 이유다. 코로나19 확산세와 정부 규제로 거래가 확 줄면서 당장 집값 향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한쪽에선 급매를 내놓고, 한쪽에선 최고가로 집을 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매도우위…배짱 호가까지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매도자 우위여서 급매보다 신고가가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3.8로 1분기(115.6)에 이어 상승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역시 150.1로 전분기대비 32.5포인트 상승했다.

매수세가 높다보니 당장 거래가 되지 않아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시세보다 몇억씩 끌어 올리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60㎡짜리 아파트가 지난 7일 17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나온 매물은 현재 호가가 최고 18억원대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집주인들은 원래 내놓은 가격보다 1000만~2000만원 더 받고 팔려고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매물이 없다보니, 마지막 거래 이후 나오는 매물은 호가가 크게 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매물이 나와도 쌓이는게 아니라 속속 팔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초구 잠원동 강변아파트 전용 84㎡(2층)는 1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6일 18억5000만원보다 3억1000만원이나 낮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 급매물 거래를 끝으로 현재 나와 있는 같은 평형대 아파트 호가는 20억~20억5000만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나오는 매물은 귀하니, 집주인들이 배짱을 부린다”면서 “결국 거래는 안되고 호가만 오른다”고 답답해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급매물로 나왔던 21억원짜리도 사겠다는 사람이 여럿 따라붙자 결국 21억4000만원에 팔렸다”고 전했다.

이는 집값 하락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매도자들이 경쟁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쌓여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면서 “정부 규제에 따라 단기적인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추세전환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