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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암호자산-전통 금융시스템 연계성 높아질 것…대응체계 마련해야"

하상렬 기자I 2023.05.18 12:19:27

작년 루나·테라 급락, 셀시우스·3AC·FTX 파산
글로벌 암호자산시장 불안 사태…韓 영향은 제한적
"현재 규제 미비…향후 유사 사건, 실물경제 파급 가능성"
"동일행위에 동일규제 마련해야…주요국과도 발 맞춰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은 국내 암호자산 시장에서 거래소·대출플랫폼 파산 등의 사고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동일행위·동일규제’ 관점에서 전통 금융기관이나 다른 나라와 규제 수준을 맞추고 포괄적 위험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한은은 18일 ‘글로벌 주요 사건을 통해 살펴본 암호자산시장의 취약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으로 암호자산 부문과 전통 금융시스템간 연계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파급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은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테라·루나의 급락 △암호자산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와 헤지펀드 3AC, 암호자산거래소 FTX 파산 등 지난해 글로벌 암호자산 시장 불안을 야기했던 주요 사건들에 주목했다. 이 사건들이 전통 금융시장과 유사한 취약성을 보였다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테라와 루나의 급락은 가격 안정 메커니즘 실패와 지속적인 신규 자본 투입에 의존하는 지속불가능한 영업모델에 기인했다. 셀시우스는 자산·부채 만기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로 파산했고, 헤지펀드 3AC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해 투자했다가 파산했다. FTX는 관계사와의 불투명한 내부거래와 고객예탁금 전용 등에 따른 대규모 자금 인출로 파산했다.

다만 한은은 이같은 글로벌 암호자산시장 불안이 국내 암호자산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암호자산 생태계는 아직 규모가 작은 데다, 시장이 단순 중개 위주의 거래소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취약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등록된 국내 암호자산 사업자 36개 중 27개는 암호자산거래소다. 나머지 9개는 기타 가상자산사업자로 암호자산 보관·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암호자산 지갑사업자 등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다만 향후 암호자산 부문과 전통 금융시스템 사이에 연계가 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지윤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암호자산 규제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부정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기존 금융시스템이나 실물경제에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를 ‘동일행위, 동일위험, 동일규제’의 관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 금융시장과 암호자산 시장에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업체에 대해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암호자산거래소와 한국거래소는 동일한 중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규제의 속도·강도 측면에서는 국가간 규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암호자산 기본법인 ‘미카’(Markets in Crypto Assets, MiCA) 시행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규제안인 미카는 가상 자산 발행·거래에 관한 투명성,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의무, 내부자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요건 규제, 인증, 관리·감독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오 과장은 “암호자산시장 모니터링, 정보 수집 및 감시·감독 측면에서 정부, 중앙은행 등 관련 당국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운용해 규제의 효과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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