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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요금 상승 지속…인플레 가속·소비위축 우려

방성훈 기자I 2022.06.08 11:54:00

EU 올 3월 전기요금 2019년 1월 대비 40% 급등
영국 25%·미국 14%·일본 10% 올라…상승세 지속 전망
기업은 소비자에 에너지 비용 전가…인플레 심화
"다른 소비 줄여 부담 상쇄할 듯"…경기회복 '찬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전기요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화력발전에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개인 소비 여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각의결정한 ‘2021년도 에너지 백서’에서 2019년 1월 전기요금을 100으로 기준 삼아 주요 선진국들의 올해 3월 전기요금을 산출했다. 그 결과 유럽연합(EU)이 140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이는 3년여 전보다 전기요금이 40% 올랐다는 의미다. 영국은 125, 미국은 114, 일본은 110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기요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 등으로 화력발전에 쓰이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가스·전기시장 규제 기관인 오프젬(OFGEM)이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에너지 가격 상한을 정한다. 이 결정으로 영국 2200만 가구 에너지 요금이 좌우된다. 오프젬은 지난 4월 에너지 가격 상한을 연간 1971파운드(약 311만원)로 54% 인상했다. 오는 10월엔 연간 2800파운드(약 442만원)로 830파운드(약 131만원), 42% 가량 더 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은 올해 가정용 평균 전기요금 단가가 지난해보다 4.3% 높은 1킬로와트시당 14.31센트(약 180원 )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세대당 월평균 사용량 약 900킬로와트시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60달러(약 7만 5300원)가 인상되는 셈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폭이 원유보다 더 큰데, 일본은 장기계약을 통해 LNG를 조달하고 가격도 원유 가격에 연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U나 영국의 전기요금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 국가들의 전기요금 가격은 대부분이 수시계약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된다. 다만 일본 역시 도쿄전력홀딩스, 중부전력, 홋카이도전력, 규슈전력 등 주요 전력회사들은 7월부터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도 전기요금 인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는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다. 오는 20일 경엔 연료비 조정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전 세계적인 전기요금 상승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각국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와 더불어 주요 생필품인 식료품 가격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하는 추세여서 전기요금 인상이 지속될 경우 개인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ING는 “소비자는 다른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지출을 줄여 에너지 가격 상승을 상쇄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럽의 경우 에너지 위기 장기화가 개인 소비를 압박하고 실질임금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력 소비가 큰 기업들 역시 타격이 예상되는데,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해 개인 소비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전력 사용을 제한하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코이케 리토 이코노미스트는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절전·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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