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물대포에 우산으로 맞선 홍콩시위대…180여명 체포

신정은 기자I 2020.05.25 11:02:14

홍콩 정부 "폭력집단 위법 행위" 비난
경찰 강경 대응…장갑차도 배치해
시위대 우산쓰고 유리병 등으로 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한데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코로나19 속에서도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홍콩 시내는 다시 최루탄으로 물들었고, 적어도 180명이 넘는 시민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홍콩 국가보안법과 ‘국가법’(國歌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회의에서 홍콩·마카오의 국가안보를 수호할 법률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에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고,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국가안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홍콩 입법회는 오는 27일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가법 안건을 심의한다.

이날 시위대는 ‘홍콩 자유’를 외쳤으며 많은 시민들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섰다. 우산 혁명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 등을 우산으로 막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위에 참여한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은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며,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서 이 법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1시24분쯤 코즈웨이베이 지역 변화가 헤네시 로드와 퍼시벌 스트리트 교차 지점에서 첫번째 최루탄이 발사됐다. 경찰은 물대포와 진압용 후추스프레이 등을 발산하며 해산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했다.

성완 지역에 있는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주변에는 많은 경찰과 함께 장갑차 등이 배치됐다.

시내 곳곳은 시위자들이 모여들면서 교통이 통제됐다. 시위대는 벽돌, 우산, 유리병 등을 던지며 경찰에 맞섰다.

경찰은 불법 집회 등 혐의로 최소 18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체포된 시위대가 200여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폭력집단의 심각한 위법행위가 벌어졌다”며 “이야말로 국가안전법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가 이어진 것에 비해 이날 시위는 저녁 무렵부터 소강상태를 보였다.

시위 주역들이 대부분 체포되고, 지난해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동력을 잃은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마저 가속화되면서 시위 열기가 지난해 보다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8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만5000홍콩달러(약 400만원)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홍콩에서 시위는 한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홍콩 민주진영에서는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는 다음달 4일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경찰이 허가를 내주지 않는 다면 빅토리아 공원에서의 대규모 집회 대신 저녁 8시 홍콩 시내 곳곳에서 촛불을 켜는 방식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어 송환법을 반대하며 100만명이 쏟아졌던 지난해 6월9일을 기념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7월1일은 홍콩 주권반환일이다.

홍콩 시민들이 24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반대하며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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