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공정위, 감사시간 두고 회계사회 철퇴…표준감사시간 제도는?

이명철 기자I 2018.04.29 20:46:02

“아파트 최소감사시간, 가격경쟁 제한한 담합” 규정
회계사회 “감사 성격 잘못 이해…공영감사제 도입하라”
기업·업종별 감사시간 정하는 표준감사시간 논란 예고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아파트 회계감사 시간을 최소 100시간으로 정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결정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으로 규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계사회측은 공공재 성격의 감사 품질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라며 공정위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기업별 감사시간을 정하도록 한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추진하는 금융당국 역시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공정위는 회계사회가 회계법인 등에게 아파트단지 외부회계감사 시 최소감사시간 100시간 기준을 준수해 보수를 책정토록 결정·통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과징금(5억원) 부과를 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회계사회와 상근부회장·심리위원 2명은 형사 고발키로 했다.

아파트 외부회계감사는 2014년 배우 김부선이 난방비 비리를 고발하는 등 관리비 사용 비리가 사회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외부회계감사를 의무 실시하도록 주택법이 개정됐다.

이에 회계사회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최소 감사시간을 100시간으로 정했는데 이를 두고 공정위가 담합이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공정위는 회계사회의 최소 감사시간은 가격 하한선을 설정함으로써 가격 경쟁을 제한한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회계사회는 이번 공정위 결정이 외부감사의 공공재적 성격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며 사법당국에 충실하게 소명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품질 제고를 위해 적정 감사시간 준수를 안내했는데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회계감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해 적정감사시간, 표준감사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며 “국회 입법 취지와 국무총리실·금융위원회·국토부 정책 취지에 부합토록 노력한 결과가 검찰 고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사회는 아파트 회계 감사 실효성을 높이려면 아예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감사 회계사를 직접 선임하는 감사공영제도를 시행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별도 감리단을 구성해 직접 감사활동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회계업계 공정성이 우려된다면 지자체나 공기업이 담당해 공공재 형태로 아파트 외부감사를 실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아파트 최소 감사시간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표준감사시간 취지와도 배치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외부감사법 개정을 통해 표준 감사시간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기업의 규모나 업종 등을 고려해 적정한 감사시간을 정해 감사 품질을 제고하자는 것이 도입 목적이다. 하지만 이 방안도 결국 각 업종, 기업별로 감사시간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 논리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 18일 발표한 5개년 반부패종합계획에서도 실질 외부감사를 위한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이 거론되기도 했다. 회계사회측은 “감사시간과 감사품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과 감사시장은 단순한 경쟁 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며 “아파트 회계감사 품질제고를 위한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반성할 부분이 있는지 되짚어보고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