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지속신대체요법 치료 전후로 신장내과 전문의로부터 적절한 치료 시작 및 유지 관련 자문을 받으면 생존율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한승석 교수팀(이진우 전 임상강사)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중증 급성콩팥손상으로 지속신대체요법을 시행 받은 2,39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장내과 전문의 자문 여부와 환자 생존율과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급성콩팥손상은 콩팥 기능이 갑자기 떨어져 소변을 통해 노폐물과 수분이 배출되기 어려운 상태로 입원환자의 약 20%, 중환자의 약 50% 이상에서 발생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이 질환은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지고 높은 이환율과 사망률을 보인다.
특히 중증 급성콩팥손상의 경우, 콩팥이 전혀 기능을 못해 지속신대체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CRRT)이 필요하다. CRRT는 환자에게 24시간 연속으로 혈액 내 수분 및 노폐물 제거, 전해질 보정 등을 시행하는 체외 혈액정화요법이다. 최근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증가로 CRRT 사용 빈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의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증 급성콩팥손상으로 인해 CRRT를 받는 환자의 예후는 매우 불량하다. 따라서 CRRT가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최적의 시작과 유지가 이루어지도록 신장내과 전문의와 사전에 논의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장내과 전문의 자문이 CRRT가 필요한 급성콩팥손상 환자의 예후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급성콩팥손상으로 CRRT를 받은 2,397명의 환자를 신장내과 전문의 △자문 그룹(2153명, 89.8%) △비자문 그룹(244명, 10.2%)으로 분류했다. 자문 그룹은 환자 상태에 따라 CRRT의 용량, 혈액 속도, 초여과량, 투석액 종류, 혈관 접근 경로, 항응고제, 투석막 교체 시기, 전해질 교정 등에 대해 신장내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고 CRRT를 시작 및 유지했다. 반면, 비자문 그룹은 별다른 자문 없이 CRRT를 시작 및 유지했다. CRRT 시작 후 30일째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자문 그룹(64.1%)이 비자문 그룹(86.1%)에 비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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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환자 상태 변수(연령, 성별, 체중 등)와 치료 관련 변수(CRRT 표적 용량, 혈류 속도, 카테터 유형 등)를 보정했을 때, 위험비를 기준으로 자문 그룹의 사망률은 비자문 그룹보다 50% 이상 감소해 자문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전문의 자문이 이루어진 시기에 따라, 전체 표본의 자문 시간 중앙값(10시간)을 기준으로 조기 자문 그룹과 지연 자문 그룹으로 환자를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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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CRRT 시행 후 조기 자문 그룹이 지연 자문 그룹보다 사망률이 약 5% 가량 낮았다. 이는 조기에 자문을 받을수록 환자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어, CRRT 시작 후 환자의 생존 이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중증 급성콩팥손상 환자가 최적의 CRRT 시행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고 CRRT 관련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에 신장내과 전문의와의 상담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장내과 한승석 교수는 “중증 급성콩팥손상 환자에서 CRRT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시기에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최적의 진행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CRRT 전후로 늦지 않게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자문을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 21일 국내에서 개최하는 2023 아시아태평양 AKI-CRRT 국제학회(APAC 2023)에서 최적의 CRRT 치료법에 대해 배우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라고 학회 학술위원으로서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