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개도국 뭉치자” 중국 주도 브릭스 회원국 결집

이명철 기자I 2024.06.11 10:45:24

왕이 中 외교부장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해야”
러 외무장관, 中 우크라 평화회의 불참에 “감사”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러시아에서 모인 브릭스(BRICS) 외교 장관들이 미국 중심의 냉전 체제에 반대하며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중국측에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불참 결정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교장관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11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0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남반구에서 공동 개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브릭스 매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브릭스 협력 체제를 높이 평가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이 앞으로 100년 뒤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현재 일부 주요 국가들은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회귀하고 다자간 매커니즘의 권위를 약화시켰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을 사실상 겨낭했다.

왕 부장은 “세계적 다극화와 단극 패권을 유지하는 두 세력의 대립에 직면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따르고 공정과 정의의 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브릭스를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기반을 둔 새로운 유형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다자간 협력 메커니즘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 세계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 등 역량 강화를 촉진하고 평등한 참여와 혜택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측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면서 대중 압박을 이어가자 중국은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대응 전선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왕유밍 베이징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개발도상국연구소 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와 인터뷰에서 “브릭스 메커니즘은 단순 경제·금융 협력을 넘어 정치적 신뢰와 문화 교류를 포함하는 접근 방식으로 나가고 있다”며 “브릭스 가장 중요한 임무는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 부장은 중동 분쟁과 관련해 ‘즉각적이고 포괄적이며 지속 가능한 휴전’을 강력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식 회원국이 되고 두 국가 해법을 재가동해 중동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모든 당사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평화회의’를 지지한다는 기존의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스위스에서는 오는 15~16일 러-우 전쟁 관련 평화회의가 열리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참여하지 않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 때 왕 부장을 만나 중국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에 관한 균형 잡히고 일관된 정책 과정에 감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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