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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문·이과 통합 수능…EBS 연계 70%→50%로 축소

신하영 기자I 2021.03.16 11:00:00

‘문·이과 통합’ 취지…국어·수학에 공통·선택과목 도입
EBS 방송·교재 연계율 50%…“영어지문 다르게 출제”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로 전환, ‘아랍어 로또’ 차단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 시험으로 치러진다.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은 절대평가로 전환되며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방송·교재와의 연계율은 70%에서 50%로 축소된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러한 내용의 ‘2022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16일 발표했다.

EBS 수능 교재(사진=뉴시스)
“문·이과 통합 시험이라지만 취지 못살려”

올해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 시험으로 치러진다.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개편되고, 탐구영역은 문·이과 구분 없이 2개 과목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국어는 공통과목(독서·문학) 외에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수학도 수학Ⅰ·수학Ⅱ를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탐구영역에선 인문·자연계열 구분이 사라지며, 총 17개의 과목 중 2개를 고를 수 있다. 생활과윤리·윤리와사상·한국지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세계사·경제·정치와법·사회문화 등 9개의 사회과목과 물리Ⅰ·화학Ⅰ·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물리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 등 8개 과학과목 등 총 17개 과목 중 2개를 문·이과 구분 없이 선택할 수 있다.

2022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 시험을 표방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이 특정 과목을 지정하면서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9개 대학은 자연계열 전형에서 수학 선택과목인 ‘기하’ 혹은 ‘미적분’ 중 1개를 반영하기로 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이들 대학의 자연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공식적으로는 인문계·자연계의 구분이 없지만 일부 대학에서 자연계 모집단위의 선택과목을 지정함에 따라 실상은 인문계·자연계가 구분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인문계의 경우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확률과 통계를 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연계는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면 미적분과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 가려면 수능 기하·미적분 택해야

탐구영역에서도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인천대·중앙대·한양대(ERICA) 등 9개 대학은 과학탐구 2개 과목을 지정했다. 이들 대학의 자연계 모집단위에 지원하려면 탐구 영역 중 과학과목을 응시해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현재 이과 학생들의 경우 서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과학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해야 하기에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EBS 방송·교재와의 연계율은 종전 70%에서 50%로 축소된다. 수능-EBS 연계정책은 사교육비를 경감한다는 취지로 2004년 도입, 2005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했다. 2011학년도 수능부터는 연계율 70%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덕분에 농어촌지역에선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EBS 교재·강의로도 수능 대비가 가능했다.

하지만 고교 교실에선 교과서 대신 EBS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교육과정이 왜곡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EBS 영어 지문의 번역본을 통째로 암기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019년 8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수능과 교육방송(EBS) 연계율 70%를 50%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평가원은 올해 치러지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EBS 연계율을 50%로 낮춘다. 특히 영어 영역은 모두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한다. 예컨대 EBS 교재에 수록된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지 않고 난도가 비슷한 다른 지문을 활용하겠다는 것. 이는 EBS 영어 지문의 번역본을 암기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주요 개념이나 원리, 지문이나 그림·도표 등을 활용하거나 변형해 출제할 것”이라고 했다.

제2외국어와 한문, 절대평가로 전환

제2외국어와 한문은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아랍어 로또’와 같이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따라 등급이 유리하게 나오는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아랍어의 경우 잘하는 학생이 드물어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수능 아랍어 과목에서 답안을 모두 3번으로 찍어 4등급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에 평가원은 제2외국어와 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하고 등급 간 간격을 원점수 기준 5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45점 이상이면 1등급을, 40점 이상이면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수학·탐구는 상대평가로, 영어·한국사·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올해 수능은 11월 18일 목요일에 치러진다. 수능시험장에선 컴퓨터용 사인펜, 샤프, 수정테이프를 지급하며 수능 이후에는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이 표기된 성적표를 배부한다. 필수 영역인 한국사를 응시하지 않은 경우 시험은 무효 처리된다.

평가원은 저소득층 가정의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응시수수료 환불 제도를 운영하며 올해는 오는 7월 5일 수능 시행 세부계획을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안내할 예정이다. 강태중 원장은 “수능이 안정적으로 출제·시행될 수 있도록 두 차례 모의평가(6월·9월)를 실시하여 수험생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했다.

2021학년도·2022학년도 수능 비교(음영은 절대평가,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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