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최장수 기업 동화약품 3년새 대표이사 3번 교체..왜?

천승현 기자I 2015.09.17 11:12:19

이숭래 대표 퇴임..다국적사 출신 대표 2명 연속 중도 사퇴
실적 부진 책임 사퇴 의혹..3년 연속 매출 하락세
작년 리베이트 사건으로 구설수
회사 측 "신약 등 신제품 발매로 반등"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118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기업 동화약품이 또다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전문경영인 대표가 3번째 바뀌었다. 다국적제약사 출신의 영업 전문가를 기용했음에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내부 인사에서 새로운 대표를 발탁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화약품(000020)의 이숭래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그만뒀다. 한국화이자에서 28년 동안 영업·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이 사장은 지난 2013년 10월 동화약품에 합류한 이후 1년 11개월만에 물러났다. 동화약품에서 22년간 근무한 오희수 상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돼 윤도준 회장과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왼쪽부터 박제화 동화약품 전 대표, 이숭래 전 대표, 오희수 대표
앞서 동화약품은 2013년 얀센 출신의 박제화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지 1년 반만에 돌연 사임한 바 있다. 다국적제약사 출신의 대표이사가 두 명이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셈이다. 박 전 부회장 이전에는 43년간 동화약품에서 근무한 조창수 전 사장이 5년 동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회사 측은 “이숭래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속되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동화약품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1999년 1382억원에서 지난해 2135억원으로 15년간 75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의약분업 이전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의 매출이 4~5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디다.

체질개선에 실패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간 상위제약사들은 축적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신약, 개량신약 등 전문의약품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동화약품은 전문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동화약품의 지난해 주력 제품의 매출을 살펴보면 소화제 활명수(431억원), 상처치료제 후시딘(171억원) 등 장수 일반의약품이 여전히 간판제품으로 포진했다.

연도별 동화약품 매출 추이(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2012년부터 다국적제약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기용한 배경도 전문약 매출을 끌어올리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노림수가 컸다. 하지만 보험의약품 처방실적은 2011년 1116억원에서 지난해 447억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불운도 겹쳤다. 동화약품은 2007년 미국 P&G사와 총 5억달러 규모의 골다공증치료제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백지화됐다. 국산신약 3호로 허가받은 ‘밀리칸’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2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최근에는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말 의사들에게 50억원대 규모의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로 적발됐다. 대표를 비롯해 영업 관련 임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내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직원들도 대거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기준 동화약품의 직원 수는 680명으로 2009년 상반기 890명보다 200명 이상 줄었다.

동화약품 측은 적극적인 신제품 발매로 반등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4월 화이자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항우울제 ‘졸로푸트’, 불안장애치료제 ‘자낙스’, 조현병치료제 ‘젤독스’ 등 중추신경계 약물을 장착했다. 최장수 브랜드 활명수의 신제품 ‘미인활명수’도 지난달 발매됐다. 지난 3월 허가받은 자체개발 신약 2호 항생제 ‘자보란테’는 연말께 출격을 앞두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자체 개발 신약 ‘자보란테’를 비롯해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의약품 등 다양한 신제품 발매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