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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金 캐는 '도시광산' 테스, IT 폐기물 완벽처리[르포]

김가은 기자I 2024.01.16 11:09:45

美SK에코플랜트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 가보니
탄소중립 실현 위한 '도시광산' 역할 수행
데이터센터·노트북·스마트폰 등 IT자산 처리
1분기 중 하이퍼스케일 DC 전용 ITAD 공장 구축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는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복판. 대형 카페를 연상케 하는 건물이 우뚝 서있다. 정보기술(IT) 자산 폐기물 파기와 재활용으로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이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SK에코플랜트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테스 공장(사진=김가은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찾은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은 최근 전지구적 목표로 자리 잡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도시광산’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광산은 전기·전자폐기물(E-waste), 폐배터리 등에서 매장량이 적거나 특정 지역에 편중돼 구하기 힘든 고부가가치 희소금속을 추출해 원자재로 재활용하는 개념이다.

특히 이곳은 노트북,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장비 등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완벽하게 파기한 후 재사용과 재활용까지 지원하는 IT자산처분서비스(ITAD)에 특화돼 있다. 수거부터 운송, 데이터 삭제 등 서비스 용역은 물론 다시 쓸 수 있는 제품이나 부품을 재판매 하기도 한다.

계단을 거쳐 여러 문을 지나자 회색빛 공장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설치된 금속 탐지 기계와 천장을 가득 메운 CCTV가 눈에 띄었다. IT 자산을 맡긴 기업에 대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모습이었다.

약 3700㎡ 면적에 달하는 공장 곳곳에는 전 세계 여러 IT기업들의 브랜드가 새겨진 노트북과 스마트폰, 데이터센터에 탑재돼 있던 서버 등 각종 기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작업자들은 노트북과 서버 등을 들고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를 삭제하는데 열중했다. 데이터가 완벽히 삭제된 기기들은 재사용된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SK에코플랜트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테스 공장 내부 전경(사진=SK)
데이터가 완벽하게 삭제되지 않는 기기는 파란 쓰레기통에 따로 분류된다. 이렇게 모인 기기들은 공장 내부에 있는 파쇄기로 전달돼 한 줌의 가루가 된다. ITAD를 의뢰한 기업들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다. 갈린 기기들의 잔재는 또다시 재활용된다. 일반 또는 희귀 금속을 분류해 원자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ITAD에는 정보 파기 뿐 아니라, IT 자산의 재활용, 재사용 등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며 “IT 자산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다시 쓰이게 하는 것이 ITAD의 최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테스는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수요 대응에 나선다. 올 1분기 중 미국 버지니아주에 라스베이거스 공장 3배 규모에 달하는 새로운 시설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오 CSO는 “AI, 클라우드 등 산업 활성화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더욱 커지고 ITAD가 필요한 서버 등 물량도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또한 공략할 예정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북미 서부지역 폐배터리 재활용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는 네바다주 자체가 미국 서남부 지역 물류가 모이는 거점일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리튬 채굴이 가능한 북미 유일의 광산 산지이기 때문이다.

오 CSO는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지로도 네바다주의 잠재력이 크다”며 “현재 네바다주에서 테스가 확보한 수거-리사이클링-희소금속 추출-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잘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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