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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 노벨평화상’ 이란 인권운동가…10대 자녀가 대신 수상

이재은 기자I 2023.12.11 13:40:12

“저항은 살아있고 투쟁 계속될 것”
가족들, 2015년 파리로 망명 생활
13번 체포·5건 유죄판결…31년형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선정된 가운데 수감 중인 그를 대신해 10대 자녀들이 대신 상을 받았다.

키아나 라흐마니와 알리 라흐마니가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2023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어머니를 대신해 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모하마디의 17세 쌍둥이 자녀인 키아나와 알리가 대리 수상자로 나섰다.

2015년 아버지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한 두 자녀는 모하마디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서 작성한 수상 소감을 대독했다.

모하마디는 “감옥의 높고 차가운 벽 뒤에서 이 메시지를 쓴다”며 자신을 “억압, 탄압, 차별, 폭정에 맞서 일어선 수백만명의 자랑스럽고 강인한 이런 여성”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구금됐다가 숨진 이후 이란 전역에서 ‘여성, 생명, 자유’ 시위가 일어난 것을 언급하며 이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항은 살아 있고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하마디는 “이란 국민은 끈질김으로 장애물과 폭정을 해체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현재 이란 상황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촉구하며 “이란에 자유와 정의의 빛이 밝게 비칠 것”이라고 문장을 맺었다.

202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초상화가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내부의 벽에 걸린 가운데 그의 자녀인 키아나와 알리가 빈 의자 옆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시상식 무대 한편에는 교도소에 수감된 모하마디의 부재를 표현하기 위한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날 자리에는 200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변호사 시린 에바디를 포함해 모하마디와 6년간 수감 생활을 한 영국계 이란인 나자린 자가리 랫클리프 등도 참석했다.

키아나와 알리는 수상 시작 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8살 이후 어머니를 본 적이 없으며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통신 제한이 심해져 2년간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키아나는 “(엄마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지는 않는다. 엄마는 10년 형이 남은 상태인데 기념식에서 낭독할 연설문을 보내는 등 무언가를 할 때마다 형기가 늘어난다”면서도 “엄마는 항상 제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저는 이 투쟁과 ‘여성, 생명, 자유’라는 운동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받아들인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값진 것이다. 모두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디는 국가 안보에 반하는 음모를 꾸미고 허위 선전을 퍼뜨린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이며 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10일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202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축하를 위한 만찬에 앞서 그랜드 호텔 발코니에 알리 라흐마니(왼쪽), 키아나 라흐마니와 타히 라흐마니(오른쪽)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하마디의 남편인 타히 라흐마니(63)는 지난 9일 BBC에 “(모하마디는) 자녀들에게 엄마가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아이들이 용서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는 이날 모하마디를 두고 “이슬람 공화국의 폭정에 맞서 싸우는” 수감된 인권 운동가들 중 한 명이었다 표현했다.

BBC에 따르면 모하마디는 현재까지 13번 체포됐으며 5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총 징역 31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월 6일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우고 모든 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싸운 공로”를 인정한다며 모하마디를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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