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급증한 20대 빚..4년간 64% 늘어

최정희 기자I 2021.08.11 11:09:03

한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출 자료
20대 이하 3월말 평균 3700만원..4년전보다 1500만원↑
30·40대는 평균 1억원 안팎의 빚 지고 살아
대출금리 이미 10개월새 1%포인트 가까이 올라
대출금리 1%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 12조원 늘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 세대를 통틀어 20대 빚이 가장 빠른 속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세대 대비 버는 돈이 적기 때문에 늘어난 빚의 절대액이 가장 크진 않지만 빚의 증가속도가 빨라지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10개월새 1%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한국은행이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 터라 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예상된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12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20대 빚 증가속도, 전 세대 중 가장 빨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평균 가계대출 잔액은 3월말 9054만원으로 1억원에 가까웠다. 4년 전인 2017년 3월말(7625만원)보다 18.7%(1429만원) 급증했다. 국민 약 100만명의 신용정보로 구성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추정한 것이다.

세대별로 보면 20대 이하가 3월말 평균 3734만원으로 4년 전(2277만원)보다 1457만원 늘어났다. 증가액으로 따지면 30대(2485만원), 40대(1857만원)보다 적으나 증가율로 보면 무려 64.0% 증가해 전 세대 중 가장 많이 빚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와 40대는 3월말 평균 대출 잔액이 각각 9735만원, 1억567만원으로 1억원 안팎의 빚을 이고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 전(725만원, 871만원)보다 각각 34.3%(2485만원), 21.3%(1857만원) 증가했다.

50대, 60대는 4년 전 각각 9098만원, 8155만원에서 올 3월말 9908만원, 8651만원으로 8.9%(810만원), 6.1%(496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도별로 보더라도 20대 빚이 대체로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2017년 3월말~2018년 3월말)엔 10.7%, 2018년엔 4.3%, 2019년 18.6%, 2020년엔 19.7%의 증가율을 보였다. 금리 하락, 주택 가격 상승기에 맞춰 빚이 더 빠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30대의 대출잔액 증가율도 7.9%, 4.4%, 7.6%, 10.7%의 증가율을 보여 갈수록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대출이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연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도 급증했다. 3월말 LTI비율은 231.9%로 4년 전보다 25.3%포인트 증가했다. 연봉의 2.3배에 달하는 대출을 지고 산다는 얘기다. 세대별로 보면 30대가 266.9%, 60대 이상이 250.4%, 40대가 237.6%, 50대가 213.8%, 20대 이하가 150.4% 순으로 집계됐다. 20대는 아직 연봉의 1.5배 정도만 빚을 지고 있으나 4년간 증가율은 43.8%포인트 증가했다. 30대도 53.0%포인트 증가해 소득 대비 빚의 증가 속도가 빨랐다. 더구나 20대는 가구소득이 전 세대 대비 가장 적은 편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29세 이하 가구주의 가구소득은 평균 3533만원으로 30대(6346만원), 40대(7648만원)보다 크게 적었다.

(출처: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대출 금리 올라 ‘빚투 성공 고리’ 끊어지고 이자 부담만 늘어날 수도


이들 빚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이들이 낮은 금리를 이용해 빚투(빚을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통한 주택, 주식 등의 매입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주택매입자금 중 금융기관 차입 비중은 작년 1~9월 중 30대가 29.1%, 20대가 26.1%로 여타 세대(40대 22.0%, 50대 16.7%, 60대 이상 9.2%)보다 높았다.

작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대비 올 5월 전국 아파트 가격은 무려 18.3%나 급등했다. 코스피 지수는 2019년말 대비 올해 연 고점(3316.08) 대비 50.9%나 상승했다. 근로소득은 한정된 상황에서 빚을 내 투자했다면 돈을 벌었을 상황이기 때문에 빚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이 함께 움직이는 시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앞으론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빚투 성공 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작년 8월 2.5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 6월 2.92%로 0.3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2.86%에서 3.75%로 10개월새 0.89%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과거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개인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이자가 1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이달 2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가계 대출 금리 추가 상승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자 상환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6월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1.5%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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