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일께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K2 전차 3차 양산 분에 대한 해외 변속기 수입 안건을 구체화하고 25일께 국방장관 주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해 이를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단계서 볼트 하나 때문에 고배
국산 변속기는 과거 야전시험(OT)과 도로시험(DT)에 성공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K2전차 2차 양산 사업에 탑재하기 위한 2017년 마지막 내구도 평가 중 통과 주행 기준인 9600㎞에 못미치는 7359㎞에서 독일제 볼트 하나가 파손돼 제품 납품이 무산됐다.
국산 변속기에 대한 내구도 시험은 사소한 결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외산은 단순 정비를 통해 중단된 시점부터 다시 시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산은 처음부터 다시 시험해야 한다. 앞서 독일제 변속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 규격에 따른 내구도 시험마저 면제받고 도입된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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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연 방사청은 시험평가를 국방기술품질원이 주관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이라며 다시 이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에 업체 측은 2차 양산 당시 내구도 시험의 혼란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지금까지 국산 변속기에 대한 시험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 배경이다.
◇연내 계약 안하면 제품 못준다 ‘어깃장’?
이후 관련 당국과 K2 전차 체계종합 업체인 현대로템, 변속기 개발업체 S&T중공업 등은 국산화에 필요한 내구도 시험기준인 320시간을 감안해 내년 3월께 까지 시험을 끝내는 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양산 분 초기 몇 대에만 독일산 변속기를 넣고, 이후 물량은 국산을 탑재해 2022년 전력화 일정을 맞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대로템 노조와 S&T중공업 노조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변속기 국산화에 대비해 독일산 핵심부품인 변속장치(레인지팩)와 유체감속기(리타더), 좌우브레이크, 정유합 조향장치(HSU) 등을 국산화 했고, 특히 변속기의 두뇌역할을 하는 변속제어장치(TCU)도 100% 자체 개발을 완료하고 검증 절차만 남은 상태”라며 국산 변속기 채택을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 변속기 업체가 올해 연말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제품 공급이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대로템과 군 당국 입장에선 국산 변속기 시험 실패시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산 변속기 사업 포기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체계와 변속기를) 분리해서 시험을 더 하고 한다는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그렇게 하면 독일산 변속기에 대한 주문이 올해 나가지 않고 내년에 나감으로 해서 비용도 많이 상승된다는 부정적인 얘기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청장은 국산 변속기가 외산 보다 약간 더 비싸다고 언급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작성한 1500마력 변속기 가격 비교 보고서가 근거다. 이에 따르면 국산 변속기가 3000만원 가량 더 비싼 것으로 돼 있다. 이는 2차 양산 기준 외산변속기 대비 국산이 약 1억원 가량 저렴하다는 업계 추정치와 다른 것이다.
한편, 방사청은 올해 K2 전차 3차 양산 사업 예산 350억원을 받았다. 2021년 정부안에는 2차 양산분과 3차 양산분을 합쳐 3094억원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