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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성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JW중외제약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제5회 성천상 수상자로 한원주(91)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 내과과장을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한원주 과장은 1949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수련을한 뒤 1968년에 서울 동대문구에 개인의원을 열었다.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개원의였지만 평소에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봉사에 관심이 많았다. 1979년에는 아예 병원 문을 닫고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의료선교의원에 취임하면서 전본격적인 의료봉사에 나선다. 그는 2008년까지 28년간 봉사를 전업으로 삼아 영세민, 노숙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돌봤다. 한 과장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한 과장의 아버지 역시 의사였다. 그는 일제시대인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평생을 폐결핵 퇴치와 급성 전염병 예방운동을 펼쳤다. 이후에는 노후자금만 남기고 병원을 모두 정리해 사회에 환원했다.
한 과장이 의료봉사에 평생을 매달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이었다. 한 과장은 “1978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재물, 명예, 지위 등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이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우울에 빠졌다”며 “그러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살려고 하는 사람을 우연히 보고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질병만 돌본 것은 아니었다. 한 과장은 1982년 국내 최초로 환자의 정서나 환경까지 치료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전인(全人)치유진료소’를 얼였다. 이곳에서는 의료혜택뿐 아니라 생활비나 장학금을 지원해 자립을 도왔다. 의료봉사의 개념을 단순한 질병치료에서 자립과 재활로 넓힌 것이다.
한 과장은 82세이던 2008년 의료선교의원에서 은퇴한 후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에서 내과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시 청진기를 들었다. 지금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의 건강을 관리한다. 아예 병원 한 켠에 숙소를 마련해 금요일까지 일 한 뒤 퇴근했다 일요일 밤에 병원으로 돌아온다.
이성낙 성천상위원회 위원장은 “한원주 과장은 개인의 영달을 뒤로한 채 불우한 이웃이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술을 베풀어왔다는 점이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과 부합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원주 내과과장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했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의 여생도 노인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천상은 JW중외제약의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의료복지 증진에 기여하면서 사회적인 귀감이 되는 참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