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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 쇼' 핵심은 인간사회 속 슬픈 한계…'N포세대' 걱정스럽죠"

김가은 기자I 2024.06.19 11:41:18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원작자 배진수 작가 인터뷰
"인간과 사회의 슬픈 한계라는 핵심 메시지 잘 담겨"
"n포 세대 걱정스러워, 극복 대상은 남이 아닌 본인"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원작에서 가장 중시한 핵심 메시지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사회가 가진 슬픈 한계’였다.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 꽤 오래됐지만, 여전히 ‘포기 문화’가 가장 걱정스럽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원작 머니·파이·퍼니게임 작가 배진수 씨(사진=네이버 웹툰)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의 원작 ‘머니·파이·퍼니게임’을 연재한 배진수 작가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드라마화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언급했다.

지난 2012년 공포·스릴러 웹툰 ‘금요일’로 데뷔한 배 작가는 올해로 13년 차다. 회사원 생활을 하다 퇴사한 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공모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그는 글이 있으니 그림 작가만 섭외하면 웹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림 작가가 팀을 떠나며 글과 그림을 모두 홀로 전담하게 됐다.

홀로서기에 나선 배 작가의 데뷔작 금요일은 사회 문제를 담아낸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졌다. 안면인식 장애를 지닌 작가가 보는 세상을 그려낸 만큼 독특한 작화가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금요일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치밀한 서사와 반전 요소가 있었다. 매화마다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전개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선보인 점이 주효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원작 머니게임(사진=네이버웹툰)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 된 머니·파이·퍼니게임 또한 8인의 남녀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번다’는 규칙 하에 협력과 반복, 배신을 거듭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그에 따른 사회적 한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배 작가는 이번 드라마화에 대해 “과거에는 출판이 웹툰 작가로서 최대 업적으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영상화인 것 같다”며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이 영상화됐다는 게 기뻤다. 더욱이 흥행까지 성공했으니 요즘은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작에서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가 잘 담겼다고 평하기도 했다. 배 작가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사회가 가진 슬픈 한계라는 핵심 메시지가 매우 잘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한계 때문에 벌어지는 군상극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극이 바로 머니·파이·퍼니게임이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연재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과 룰로 장편 서사를 이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칫 비슷한 이벤트의 연속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신선함을 위한 반전들 역시 끊임없이 요구되는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캐릭터들이 평소 보여주던 인물상과 발발한 사건 사이에 괴리가 없어야 했다”며 “캐릭터들이 멋대로 살아 움직이는 통에 원래 짜뒀던 계획이 자꾸 틀어져 준비된 엔딩까지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게 때로는 버거웠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사진=넷플릭스)
사회 문제를 담아낸 공포·스릴러 웹툰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현상으로 ‘포기 문화’를 꼽았다. n포세대는 n가지의 것들을 포기한 세대를 뜻한다. 연애, 결혼, 출산 등 3가지를 포기했다는 의미를 넘어 집과 경력, 취미와 인간 관계, 건강과 외모 등을 현실적 이유로 포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배 작가는 “만화 후기에도 썼지만 목표하는 좌표를 본인 내면이 아닌 타인의 외면에 찍는 순간 극복 불가한 고통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며 “목표 삼은 누군가를 극복한다 해도 그 위로 또다른 타인이 반드시 나타나기에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된다. 목표하거나 극복할 대상은 언제나 남이 아닌 본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배 작가는 “꽤 예전 이야기지만 금요일 시즌 2를 기획했었다”며 “심지어 제목도 ‘목(目)요일’로 정해놨었지만 전작 만큼의 신선함이나 충격을 또다시 가져오는 건 무리라 생각돼 마음을 접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는 육아에 전면하고 있다. 더 에이트 쇼 차기 시즌 제작 소식이 들린다면 다시 한번 달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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