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포스코·SK, 북미 네트워크 강화 위한 움직임 활발
삼성은 리퍼트 전 대사, LG는 '의전 전문가' 조 헤이긴 영입
대만 TSMC, 최근 미·중·대만 관계 연구 인력 공고키도
"불확실한 국제 정세 지속…글로벌 대관 업무 강화 필수"
|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사진=구글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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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가시화된 신냉전 구도에 맞춰 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정치 환경에 맞춰 대외 네트워크 전문가를 영입하며 ‘각자 도생’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삼성전자 북미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가 리퍼트 전 대사를 영입한 건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 속 정치적 리스크가 더욱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전략물자에 대한 패권 강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바이든 정부는 공급망 불안의 원인을 찾겠다며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영업비밀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퍼트 부사장은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거쳐 국방부 아·태 안보담당 차관보를 맡으며 아시아 전역에 대한 미국 안보정책을 관장했었다. 주한미국 대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에서 대관 업무를 맡았다. 리퍼트 부사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 업계 등을 상대하며 삼성전자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 (사진=커맨드그룹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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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003550) 역시 북미 대외 네트워크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간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지 않았지만, 최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마음을 바꿨다. 특히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현지 기업과 합작도 늘어나는 만큼 미국 네트워크 강화는 필수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이를 위해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부시,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등 4명의 공화당 소속 대통령 재임 기간인 15년간 백악관에서 근무한 의전 배테랑인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영입했다. 포스코와 SK그룹도 각각 북미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비건 전 국무부 장관과 김정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영입했다.
재계에서는 당분간 신냉전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도 최근 상업 정보 분석가(business intelligence analyst) 역할을 담당할 정규직 간부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인력이 미·중·대만 관계를 연구하고 정치 경제학과 시장 추이를 분석해 보고하는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설명해놨다. 재계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와 반도체 수급난 등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 국제 정세 리스크 등 이제는 기업에서도 선제적 대응을 해야만 위기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대관 업무 강화는 당분간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국제 정세에 민감한 경영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최근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재연임에 성공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올해 역점 사업으로 정부, 정치권, 글로벌 정부 및 경제단체와의 네트워크 확대를 꼽은 게 대표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미·중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고 이번에는 러시아와의 충돌까지 국제정세가 신냉전 구도인 상황에서 기업들도 네트워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네트워크 강화는 더 필수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