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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분기 성장률 -0.5%…세분기 만에 역성장(종합)

박종화 기자I 2023.11.15 10:28:04

고물가·엔화 약세에 소비 위축
대외 수요 둔화에 4분기도 부진 전망
일본은행 정책전환도 지연될 가능성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일본 경제가 3개 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인플레이션과 엔저 현상에 따른 인한 소비 위축이 경제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도쿄의 슈퍼마켓.(사진=AFP)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3분기 일본의 국내 총생산은 전기 대비 0.5% 줄어들었다. 연율로 환산하면 2.1% 감소했다. 일본의 실질 GDP가 감소한 건 지난 4분기 플러스로 전환한 지 3개 분기 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는 2분기 연속 약보합(전기 대비)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0.3%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론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며 실질임금이 지난 9월 기준 전년 대비 2.8% 감소하는 등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엔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지난 8월 토요타자동차의 일본 국내 공장 가동 중단도 소비 진작에 악영향을 줬다. 블룸버그는 “임금 상승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소비 심리는 더욱 냉각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설비 투자도 2분기보다 0.6% 줄며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닛케이는 반도체 시장 조정이 이어지며 관련 투자 투자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분기 1.8% 늘어나며 성장세를 견인했던 순수출(수출-수입)도 3분기 들어선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 수출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수입이 급증한 영향이다.

4분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 기무라 타로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엔 중국·미국의 수요 둔화로 인해 (일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어 GDP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즈키 코타 야마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전 세계적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좀처럼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기 위축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3분기 GDP 감소는 기시다 내각의 경기 부양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소득세·주민세 감세와 저소득층 지원 등 17조엔(약 147조원)에 이르는 경제 대책을 이달 발표했다.

마이너스 금리 종료 등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섣불리 긴축적인 정책을 폈다가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통화 약세, 인플레이션 장기화, 불투명한 대외 전망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BOJ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전환을 미룰 명분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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