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 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 10일. 이날 김관진 국방부 전 장관이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군무원을 대폭 증원할 당시 ‘우리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점, 사이버사의 활동 내역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김 전 장관의 구속으로 이 전 대통령에 쏠리는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커졌고, 청와대 청권 글은 등록 하루만에 3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이 전 대통령은 법을 어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이런 분이 서아시아로 출국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장 출국 금지령을내리고 무죄판결 혹은 벌을 받고 나온 그때 출국금지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12일 오후 2박4일 일정으로 바레인으로 출국했다. 현지 각료와 바레인 주재 외교사절 등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고 밝힌 이 전 대통령은 “오히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며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나가고 번영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이 전 대통령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 이렇게 입장을 밝힌 이날 정오 무렵 ‘출국 금지’ 청원에 7만4000여 명이 동의했다. 그리고 오후 7시 현재 7만9820을 기록했다. 이 전 대통령의 출국에도 청원에 대한 동의는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디 hon*****은 “지금 죄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데 자유롭게 출국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이다. 이제 이 전 대통령도 ‘국민’이니 똑같은 처벌해야 한다”, ini*****는 “이 전 대통령의 출국을 막지 못하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fkr*****은 “국민청원을 하는 건 좋은데 매사에 이런식으로 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요즘 낙태죄 청원이니 조두순 석방금지니 하는 청원에 동의가 20만 명 넘은 거 보면 페이스북 ‘좋아요’ 보는 것 같다. 낙태죄는 이미 헌재에서 심판 중인 일이고, 조두순은 형법에 따라 이미 판결난 문제를 청와대가 어떻게 다 뒤집으란 건가. 청와대가 사법권을 주무르란 것도 아니고 적당히 하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