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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 돌파 “타 산업과 의미 달라”…‘퀀텀점프’ 기대

김지섭 기자I 2019.02.26 10:24:37

정윤택 원장 “고부가가치 산업…타 산업 1조와 달라”
삼성전자 매출 대비 순이익 약 18%, 美 길리어드 45% 달해
유한양행·한미약품 등 바이오 대표주자…글로벌 성장동력 장착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제약산업에서 매출 1조원은 다른 산업에서의 1조원과 의미가 크게 다르다. 어느 산업보다 순이익이 높고 미래 가치가 무궁무진한 산업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최근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잇따라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단순히 매출 1조원 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퀀텀점프’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장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고, 19조원 내수시장에 머무르고 있던 국내 제약산업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 2017년 매출은 240조원, 순이익은 약 18% 수준인 42조원 정도다. 같은기간 미국 길리어드의 매출액은 261억달러(약 29조원), 순이익은 117억달러(약 13조원)로 순이익 비중만 약 45%에 달한다. 신약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연구 기간과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일단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제약시장 규모도 약 1200조원으로 커졌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삼고 있던 조선(100조원), 반도체(400조원), 자동차(1000조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국내 제약산업 시장 규모는 약 19조원으로 세계시장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혁신적 글로벌 신약 하나만 나와도 수조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 그 예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연간 약 20조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정윤택 원장은 “기업은 얼만큼 투자해서 어느정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글로벌 신약 창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제조업과 제약산업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R&D 쏟아부으면서도 매출 1조 돌파 줄이어

수 년 전만해도 국내 제약산업에서 매출 1조원은 해외제품을 들여와 팔 때나 음료 등 사업다각화를 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수출과 자체제품 판매 등으로도 이 같은 성과를 내면서 제약산업이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매출 1조5188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3.9% 늘었다. 영업이익은 501억원으로 전년대비 43.5% 줄었지만 이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유한양행의 R&D 투자액은 2017년 1040억원에서 지난해 11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약 50% 증가한 최대 1700억원 수준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투자공세로 유한양행은 지난해 미국 얀센에 항암제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등 성과를 냈다.

GC녹십자(006280)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인 매출 1조3349억원을 기록했다. R&D 비용이 전년대비 12.3% 늘어난 상황에서도 혈액제제 중남미 수출 등으로 해외사업이 10.1% 성장하며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이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0.8% 증가한 1조1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의 93.3%는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등으로 달성한 실적이다. 외국산 의약품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인 상품매출 비중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덩치를 키우면서도 지난해 R&D에 매출 대비 19%인 1929억원을 투자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10년동안 매출 대비 평균 15% 이상을 R&D에 쏟아부었으며, 누적 투자금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2월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한 한국콜마(161890)는 매출이 전년대비 65.3% 증가한 1조3579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1조원대 제약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드물었던 대규모 인수합병(M&A)를 통한 성과다. CJ헬스케어는 안정적인 성장과 두창(천연두) 백신 매출 증가 등으로 인수 첫 해부터 효자 노릇을 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산업이 내수시장에서 리베이트를 앞세우며 복제약을 팔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영업 출신이 주로 자리잡고 있던 경영일선에도 연구소장이나 글로벌 사업본부장, 다국적 제약사 사장 등을 다수 내세우고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 △최순규 유한USA 법인장 등은 연구소장 출신이고, △김영주 종근당 사장(전 머크세로노 대표) △성석제 제일약품 사장(전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전 한국오츠카제약 사장) 등은 다국적 회사의 경영을 이끈 인물들이다. 대웅제약은 글로벌사업 본부장을 역임한 전승호 사장을 지난해 44세의 젊은 나이로 CEO에 발탁하기도 했다.국내 제약사들이 R&D와 해외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출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의약품 수출은 40억7126만달러(약 4조6025억원)로 전년대비 30.5%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기술수출 성과도 이어진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14일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5억3000만달러(약 596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미국 릴리와 제약사상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갱신하면서 불을 붙인 기술수출은 작년에도 총 12건으로 총 5조3706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2017년 8건 1조4000억원 규모 대비 3배 이상 커진 수치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올해는 그동안 축적한 R&D 투자와 제약·바이오산업의 역량이 빛을 발현할 시기”라며 “1조원 단일의약품 탄생, 의약품 수출 100조원 시대를 기대할 수 있는 성장 궤도에 제약·바이오산업이 올라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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