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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브렉시트 협상, 기업들에 보다 확실한 메세지 줘야”

방성훈 기자I 2017.10.26 10:06:20

“장기 투자·경영 전략 수립 위해 명확성 필요”
작년부터 투자 규모 위축…올 들어 가속화 추세
생산기지 이전 등 고용시장에도 악영향 우려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에게 보다 확실한 메세지를 기업들에게 줄 것을 촉구했다. 많은 외국 자동차 기업들이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서다. 또 영국은 금융산업의 허브로 유명하지만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하이테크 기업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요타가 27개 EU 회원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중 약 75%가 영국에서 조립·생산된다. 그동안 관세 없이 수출을 해왔지만 브렉시트 이후 2019년부터는 관세가 부과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디디에 르로이 도요타 부사장은 도쿄 모터쇼에서 “영국 내 자동차 기업들은 브렉시트 이후 직면하게 될 무역 조건에 대해 더욱 명확한 메세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의 크리스 오키프 대변인도 “무역장벽 없는 시장 접근과 복잡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세관 조치는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거들었다. 이는 도요타 뿐 아니라 독일 BMW와 일본 닛산과 혼다 등 닫른 자동차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대다수 기업들이 유럽 자동차 생산·공급 체인의 허브를 영국에 두고 있어서다.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 동안 생산·수출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 해 영국의 승용차 생산은 172만2000대를 기록, 전년대비 8.5% 증가했다.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엔 200만대를 돌파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엔 EU 지역에 수출할 때 10%의 관세가 부과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 경우 영국 자동차 산업은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르로이 부사장도 “EU 지역에 수출할 때 무역관세 등이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진다. 생산기지를 (유럽 본토로) 옮길 수도 있다”며 향후 영국 투자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축소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SMMT)에 따르면 영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15년 25억파운드에서 지난 해 17억파운드로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엔 6억4700만파운드에 그치는 등 투자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드피 비즈니스 스쿨의 피터 웰스 교수는 “기업들이 브렉시트 이후 어떤 준비를 해야할 것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리는 일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국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면 고용 시장도 악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원은 약 17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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