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유럽, 엇갈리는 위기해법..'부양 vs 규제'

김윤경 기자I 2009.03.10 14:23:51

美, G20 정상회담서 글로벌 부양안 촉구 전망
유럽은 금융 규제 강화에 `초점`
제조업 중심 獨은 美 케인즈식 접근법 반대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치유되지 않고 있는 전세계적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공조가 재차 강조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구체화되지 않았던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이가 이 자리를 통해 더 분명해질 것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각국 정부의 긴급 지출을 늘려 전세계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 자리를 금융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자는 합의를 이뤄내는 장으로 활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 美, G20 회동서 글로벌 부양 촉구할 듯

다음 달 G20 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경제외교 무대에 사실상 처음으로 데뷔하는 자리. 미국 정부 관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내부적으로도 그랬던 것처럼 위기 극복에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국은 사라진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지출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큰 정부`에 대한 우려도 지금으로선 모른 체 하고 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편에 서 있는 나라는 중국.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선 미국 쪽에 가깝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규제 강화가 금융 산업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
 
그렇지만 지난 주 미국을 방문했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향후의 은행 시스템을 위해 G20이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당시 "각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오바마 대통령과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 독일은 왜 적극적 부양안 외면하나 

유럽, 특히 독일의 경우 미국과는 현저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전통적으로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고, 금융 자본주의에 대해 고질적인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독일은 미국의 케인즈식 접근에 대해 강한 저항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은 지난 1월 500억유로(631억9000만달러)의 부양안을 확정했다. 독일 역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 독일 경제는 올해 2.25% 위축, 전후 최악의 상황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미 막대한 정부 재정적자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아 경기 부양안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IHT의 분석이다. 
 
▲ 주요국 GDP 대비 경기부양안 규모(단위: %)
9월에 있을 총선을 의식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부양안을 내놓긴 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다. 
 
역사적인 배경도 독일을 적극적인 부양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1920년대 독일(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에선 막대한 통화 발행을 통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초래됐고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후 독일의 경제 정책에 있어 초당적으로 우선시되고 있는 가치는 뭐니뭐니해도 `안정`이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뛴다고 해도 그렇다. 
  
IHT는 독일 경제 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독 이후 노동 비용이 늘어나고 제품의 명성이 퇴색하는 등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은 급격히 저하됐고, 이에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 상승이 제한됐으며, 이는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유럽개혁센터의 사이몬 틸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독일 경제는 수출 지향적이기 때문에 내수를 부양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 유럽 국가, 금융규제 강화 `초점`

독일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특히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재무부 `브레인`이 부족한 가운데 미국은 아직 G20 회담에서 제안할 금융 규제 개혁에 대한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계획은 의회 승인도 필요하다.
 
사실 다른 나라들 역시 새로운 금융 규제안을 내놓기 위해선 수 개월이 소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