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받고도 또`…중증장애 동생 방치한 70대 친누나 재판행

이영민 기자I 2024.01.22 10:34:44

지난 9월 경찰에 송치된 뒤 또 방치
종교 등의 이유로 치료와 난방 거부
검찰이 피해자 긴급구조·행정입원조치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중증정신장애를 가진 동생을 20년 넘게 치료 없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 친누나가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직무대리 박명희)는 지난 16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A(7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유기 혐의로 경찰로부터 송치됐지만, 검찰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묻는 유기죄보다 가중 처벌하는 장애인복지법위반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를 적용해 그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 16일까지 보호자로서 동생인 피해자(69)의 기초연금 등을 관리하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피해자의 치료를 거부하고,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거나 주거지에 묻은 대소변을 청소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등 피해자를 열악한 환경에 유기하고 치료를 소홀히 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9월에 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022년 12월 관할 지자체 보호소는 집에서 들리는 고성을 염려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해자의 수급관리자를 확인하는 등 보완수사를 거쳐 피해자를 긴급구조했다. 검찰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정신병원에 행정입원한 피해자의 행적이 불분명한 점을 확인하고, 지난 6월 15일 관할 구청 담당자에게 피해자의 소재 확인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주거지에 재차 방치한 사실을 확인했고, 피해자가 단전·단수된 환경에서 영양 불량 상태로 생명이 위중한 것을 발견해 그를 행정입원시켰다.

검찰은 지난 10일 구청과 의료기관, 검찰 피해자지원센터와 회의를 열고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 등 법률지원과 행정입원 유지 등 보호조치 마련, 생계비·치료비를 포함한 경제적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지난 16일 피해자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 등 법률지원을 요청해 유일한 보호자가 중증 장애인을 유기한 경우 범행이 발각돼도 행정입원 기간이 끝나면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의 보호를 받게 되는 일을 막았다.

검찰 관계자는 “유기범죄의 피해자가 제도의 허점 때문에 가해자에게 되돌아가는 악순환을 끊고,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한편 피해자를 장애인으로 등록해 국가의 사회복지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보호자의 유기 때문에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지역사회와 장애인 보호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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