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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벼락 낙서' 배후 이팀장 檢 송치…"불법사이트 홍보 위해 범행"

이영민 기자I 2024.05.31 12:16:45

총책 '이 팀장' 등 일당 8명 검거
불법 동영상 사이트 홍보 위해 범행
"범죄수익 환수 위해 추가 수사 중"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경찰이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2월 경복궁 담장에 낙서를 지시한 총책 강모(30)씨와 그의 범행을 도운 일당 7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중 주범 4명을 검찰에 넘기고, 추가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사주하고 사건 5개월 만에 검거된 일명 ‘이팀장’ 30대 남성 A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1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장에 낙서를 지시한 총책 강씨를 지난 22일 붙잡고, 이날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임모(17)군과 그의 여자친구, 경복궁 낙서훼손 대금을 송금한 공범 조모(19)씨도 검찰에 넘겼으며 강씨의 불법 사이트 운영을 도운 일당과 문화재 낙서 훼손 미수자 등 4명을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팀장’이라고 불린 총책 강씨는 지난해 12월 10일 텔레그램에서 만난 임군에게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에 낙서하도록 지시했다. 강씨는 임군에게 500만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조씨를 통해 범행도구 준비와 교통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송금했다. 조씨로부터 돈을 받은 임군은 지난 12월 16일 오전 1시 42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경복궁 영추문 담장 등 지시받은 3개소에 스프레이로 영상 공유 사이트의 인터넷 주소 등을 낙서했다. 강씨는 임군과 그의 여자친구가 낙서를 실행하는 동안 차량으로 따라다니면서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했다.

강씨는 지난 14일에도 또 다른 미성년자인 A(15)군에게 숭례문과 경복궁 담장,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낙서하도록 꼬드겼다. A군은 경찰과 인파 때문에 범행을 중간에 멈췄지만, 경찰은 그를 문화재보호법 예비음모 혐의로 입건했다.

이처럼 강씨가 문화재 훼손을 지속적으로 교사한 이유는 그가 운영하는 불법 영상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사기 등 전과 8범인 강씨는 지난해 출소 후 누범 기간인 그해 10월부터 박모(21)씨와 배너 광고 대금으로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5개와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 3개를 구축해 운영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영화 등 저작물 2368개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3개, 불법 촬영물 9개, 음란물 930개를 유통했다. 해당 사이트들은 로그인 없이 무료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었다. 강씨는 검거 직전까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텔레그램의 불법 정보 대회방에서 배거 광고를 신청받아 한 건당 500~1000만원씩 총 2억 5000만원의 범죄수익을 모았다.

강씨와 범행 일당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슬로베니아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와 VPN을 통해서만 사이트를 운영했다. VPN은 인터넷망을 전용선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특수 통신체계와 암호화기법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데이터를 송신하기 전 내용을 암호화한다. 이들은 또 텔레그램으로만 대화해 서로 일면식 없이 범행을 이어갔다. 텔레그램 결제 대행업을 하는 조씨와 홍모(24)씨, 이모(22)씨 등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사이트 운영자금과 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관리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전라남도 여수의 한 숙박업소에서 해외 도피를 준비하던 강씨를 검거했다. 그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공범들에게 텔레그램 대화를 조작하도록 지시하고, 자신이 긴급체포됐다는 허위 소문을 유포하도록 해서 수사에 혼선을 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강씨가 운영한 불법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고 폐쇄조치를 진행했다. 이어 범죄 수익금 환수를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강씨가 낙서 실행범과 배너 광고를 모집한 불법 정보 대화방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사이트 공범과 여죄, 범죄 수익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국가 문화유산 훼손 범죄에 엄정히 대응하고, 사이버 성폭력과 저작권 침해 사범 척결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에 누군가 스프레이로 낙서한 부분이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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