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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정엽” 여심에 불을 지폈다

경향닷컴 기자I 2011.04.07 13:37:48


 
[경향닷컴 제공]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통해 정엽이 얻은 것은 “대세는 정엽”이라는 대중적 인지도와 실력에 대한 인정뿐만이 아니다. 깨끗하게 승복할 줄 아는 쿨한 매력, 스타일리시한 패션감각, 섹시한 카리스마까지 그가 가진 음악 외적 요소들 역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우리나이로 올해 서른 다섯. “이런 가수가 어디 숨어 있었느냐”고 할 만큼 그는 경력에 비해 뒤늦게 대중들에게 발견됐다. 2003년 브라운아이드소울로 가요계에 데뷔한 뒤 20~30대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했던 그는 이번 방송을 통해 전 세대로 공감대를 확산시켰고, 특히 여심에 불을 지폈다. 최근 며칠간 소속사 사무실로는 “정엽씨 노래 정말 잘 들었고 진짜 멋지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컴퓨터를 할 줄 몰라 걸었다”는 50~60대 여성들의 전화가 쇄도하기도 했다.

“저도 신기하고 감사해요. 식당이나 백화점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면 연세 지긋하신 분들까지 저를 알아보시면서 노래 잘 들었다고 칭찬해 주시거든요.”

그가 음악에 처음 눈을 뜬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형이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원종배의 영팝스>를 통해서다. 빌보드차트를 주루룩 꿰며 팝 음악만을 섭렵하다가 6학년 때 유재하의 유작앨범을 접하면서 가요와 다른 장르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고교에 진학할 때까지는 남 앞에서 노래 한 번 부른 적이 없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우연히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어요. 잘한다는 칭찬을 받은 건 아니었는데 몰랐던 재미가 느껴지면서 노래하는 게 정말 재미있고 좋더라구요. 저희 학교 옆에 폐교된 중학교 건물이 있었는데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혼자 기타 메고 가서 노래를 불렀어요. 컴컴한 데서 밤만 되면 노랫소리가 나오니까, 귀신 나온다는 소문이 한참 돌았죠.”

대학 진학(대진대 미국학과)도 자유롭게 노래를 하고 싶어서였다. 여러 기획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가수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재능과 자질에 대한 무참한 질타와 모욕도 수없이 받았고, 데뷔 직전에 엎어지는 좌절도 여러차례 맛봤다. 영장이 나온 뒤 모색한 길은 해군홍보단. 기왕 군복무를 하게 된다면 음악에서 멀어지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싶었다. 유희열, 김건모, 봄여름가을겨울 등이 거쳐간 이 부대에 지원해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을 통과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그의 곡을 편곡해줬던 작곡가이자 그와 함께 작곡팀 ‘허니듀오’를 이루고 있는 음악적 동지 에코브릿지는 군복무시절 만난 그의 후임이었다. 당시 에코브릿지는 건반을 쳤고 그는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 각자의 자리에서 자리를 잡으면 함께 뭔가를 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하죠.”

브라운아이드소울로 데뷔한 것은 전역을 하고나서다. 병장시절 노래방 마이크로 녹음해 만들었던 데모음반이 전 소속사 대표의 눈에 우연히 띄면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4멤버로 구성된 팀.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던 멤버 나얼 덕분에 시작부터 주목받았다. 그러나 1집 발표 뒤 소속사와 문제가 생겼다. 데뷔 8년차임에도 얼마 전에야 3집 앨범이 나온 것은 지난 4~5년간 소송 등으로 팀 활동에 제동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브라운아이드소울은 공연 외에는 방송출연 등 대중적인 접촉을 많이 피해왔어요. 나얼은 공개적인 자리에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 처음부터 저희들은 1명이라도 반대하는 공식행사나 일정은 참여하지 않았죠. 그래서 대중들과 가까워질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대신 서로의 개별활동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존중해주죠. 덕분에 저 역시 솔로음반도 내고 라디오 DJ(MBC <푸른밤 정엽입니다> 진행)도 하게 됐어요.”

같은 팀에서 활동하면서 나얼과는 본의 아니게 대중들에 의해 비교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나얼은 최고의 테크니션이고 재능이 정말 뛰어나다”면서 “그렇지만 나만의 감정과 경험을 담아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는 감성적 부분에서 본다면 (내가) 처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음색과 섬세한 감성은 사람들의 마음을 집중시키며 끌어당기는 힘이 탁월하다. 가수는 사랑과 이별의 추억, 아픔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불러일으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년 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지금까지 혼자예요. 제가 고 3때 이후로 여자친구가 없었던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주말에 한가한 게 적응이 안됐는데 다행히 요즘은 일에 묻히다보니 솔로인 것도 괜찮네요.(웃음)”

오는 9월 정규 솔로 2집, 10월에는 단독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R&B뿐만 아니라 포크, 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송창식, 최백호 등 선배가수들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서정성과 진정성이 풍부하게 넘쳐나는 포크음악이야말로 대중음악의 원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때문에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발매한 지난 3집에서 그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자신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부르기도 했다.

“음악 말고는 영화나 인테리어,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방 꾸미는 소품 사는 것도 즐기는 편이고…. 무엇보다 친구나 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술 마시는 게 인생의 낙이에요. 전에 배철수 선배님이 왜 음악하느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함께 맛있는 것 먹고 마시고 싶어서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음악 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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