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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EU 가스 중단 장기화되면…韓 '제2의 요소수 사태' 터진다

최정희 기자I 2022.09.15 12:00:00

한은, BOK이슈노트 발간
조선·반도체·자동차 필수 부품, EU로부터 수입
독일 광학기기→네덜란드 ASML→삼성전자 생산 차질 연쇄작용 우려
화학·철강업은 원가 부담 커질 전망…LNG가 전기가스요금 자극
국내 LNG재고 부족한데 호주, 수출제한 조치까지 검토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러시아의 유럽(EU) 천연가스 전면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고 그로 인해 유럽 내 각종 산업들에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는 유럽 수출 둔화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예년보다 재고가 부족한 LNG 확보 전쟁도 예고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 관련 EU 생산 차질 및 국내 산업 리스크 점검’이라는 제하의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12일까지 일평균 러시아의 EU 가스 공급 규모는 작년의 20% 수준까지 감소했다.

겨울철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러시아가 EU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EU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4%(2020년 기준)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천연가스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EU내 생산 차질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 독일 연방정부 비상계획에 따르면 가스 부족시 가계·공공·전력생산 부문에 우선 공급하고 기업은 후순위에 배치된다.

(출처:한국은행)
우리나라는 EU수입 비중이 전체의 10%를 차지하는데 이중 독일(3.6%), 네덜란드(1.5%), 이탈리아(1.3%)로 EU수입의 65%를 차지한다. 이들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엔 요소수처럼 대체불가한 품목도 상당하다. 한은이 EU의존도가 높은 260개 품목을 선별해 분석한 결과 국내 반도체 업체의 경우 핵심 반도체 제조용 장비(EUV,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세계 유일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사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관련 부품인 렌즈 등 광학기기를 독일 칼자이스에서 독점 공급받고 있다. 즉, 독일 부품의 공급 차질은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용 장비 생산차질로 직결되고 이는 우리나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업의 경우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수입하는 선박엔진·부분품, 자동위치유지장치(DPS) 등은 타 국가 제품으로 대체 불가하다.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2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의 생산 차질 발생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한국은행)
LNG확보 전쟁도 예상된다. 유럽국가들이 LNG 구매에 적극 나서면서 국제 LNG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LNG 재고가 올 7월말 216만톤으로 과거 5년 평균(321만톤)대비 무려 48.6%나 적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입비중이 21%에 달하는 호주가 자국내 공급 부족을 우려해 LNG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LNG확보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도 커졌다. 천연가스 도입 가격이 오를 경우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결국 이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를 생산 원료로 하는 실리콘 웨이퍼, 비료 등 화학업종 등은 생산 원가 부담이 예상된다.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철강업도 원가 부담이 크다. 전기로를 사용하는 제강사는 수익 구조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반면 일부 기계, 의약품, 식품 업종은 EU산 의존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수입 경쟁국 또는 국내에서 대체가 용이할 것으로 보여 타격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남주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차장은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가 추가적으로 가스공급을 중단하게 된다면 EU 각국의 생산차질과 수요 둔화는 불가피하며 우리 경제도 에너지 시장 및 일부 주력 산업에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충·공유 등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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